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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트럭에서 흘러 나온 스페어 타이어와 낙하물이 당신의 목숨을 노린다

달리는 트럭에서 흘러 나온 스페어 타이어와 낙하물이 당신의 목숨을 노린다

이석우 기자
입력 2018-09-22 10:00
업데이트 2018-09-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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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비사가 대형트럭에 부착돼 있는 예비 타이어의 고정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NHK 웹사이트.
한 정비사가 대형트럭에 부착돼 있는 예비 타이어의 고정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NHK 웹사이트.
“고속도로 길 한복판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스페어(예비) 타이어와 차량 낙하물이, 당신과 가족의 목숨을 노린다”.

화목했던 모녀는 고속도로 한 가운데로 어디선가 갑작스럽게 튀어들어온 스페어 타이어 탓에 목숨을 잃었다. 달리던 트럭에서 떨어진 예비 타이어가 흉기로 변하면서 일어난 ‘낙하물 사고’였다.

승용차를 몰고 가던 어머니와 딸은 고속도로 길 한 복판으로 굴러들어온 예비 타이어를 피해서 주행 차선의 갓 길쪽에 차를 댓다. 그러나 뒤따라 달려오던 대형 트레일러는 타이어를 미처 피하지 못한 채, 이로 인해 전복되면서 갓 길쪽에 피해 있던 모녀의 승용차를 덥쳤다. 49세의 어머니와 곧 시작될 사회생활을 꿈꾸며 마냥 부풀어 있던 대학 졸업반 4년생 딸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0월 18일 저녁 8시 무렵, 일본 중부지역인 오카야마현 쓰야마시 중부지역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사고 였다.

문제의 예비 타이어는 사고 차량 앞에 달리던 대형 트럭 차체에 고정돼 있었다가, 운행 도중 떨어져 나왔다. 경찰 조사결과, 예비 타이어를 차체에 고정시켰던 금속제 부품들이 녹슬어 헐거워지면서 타이어가 떨어져 나왔다. 일반 도로보다 속도를 내며 주행하는 고속 도로에서는 차량에서 떨어져 나온 예비 타이어는 흉기로 변했고, 순식간에 모녀의 생명과 행복했던 가정을 앗아갔다.

이 사고 이후 오카야마 현에서는 법규를 고쳐, 3개월에 1번 이상, 대형 트럭의 정기 점검에서 예비 타이어 고정 장치 및 관련 기구 등을 점검하도록 했다. 점검에서 예비 타이어를 고정시키는 장치 등의 부식과 균열 확인을 의무화했다. 운수업체들도 유사 사고가 발생하거나, 다른 유형의 낙하물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약 160대의 트럭을 운용하는 오카야마 시의 운송 회사 오카다 상운 등은 지난 5월부터 예비 타이어 등 트럭 부속품의 낙하 가능성 점검을 확인 항목에 넣었다. 전일본트럭협회도 홈페이지와 홍보지 등을 통해서, 예비 타이어 등 낙하물의 점검을 신신 당부하고 있다. 또 각 도도 부현에 있는 트럭 협회 등에 대해서도 각 사업자에게 자체 점검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자칫 흉기로 변하는 트럭 등 차에서 떨어져 나오는 위험 낙하물들은 어느 정도나 될까.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일본에서 이 같은 낙하물이 지난해 한 해 동안 약 76만건이 됐다. 짐을 덮는 천과 시트 등이 약 11만건으로 가장 많았다. 예비 타이어 등 주로 트럭의 차량 부품이 무려 4만건 등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한 정확한 인명피해 등의 집계는 없지만, 트럭 등에서 낙하되는 예비 타이어와 부품 등은 다른 차량들의 사고 및 인명 피해에 적잖은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달 8월 30일에는 도쿄 한복판인 니혼바시에서 대형 트럭의 짐받이에 실어 욺기던 철제들이 무너지면서 도로상에 흩어져 교통 혼잡을 빚기도 했다. 트럭의 경우, 예비 타이어뿐 아니라 범퍼와 차 부속품들이 떨어져 나가기 일쑤였다.

도쿄해양대의 와타나베 유타카 교수는 떨어져 나가기 쉬운 트럼 부품 등의 점검 뿐만 아니라 짐의 고정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NHK에 지적했다. 운수 업계는 대기업에서부터 중소 기업 및 개인 사업주 등 영세한 개별 운전자에게도 화물 운송이 위탁되고, 노동력 부족 등으로 현장에 커다란 부하가 걸리고 있어, 사고 예방에 허점이 발생하기 쉽다는 지적도 했다.

대형 컨테이너가 터널을 막고, 도로 낙하물이 길을 막거나 지나가던 차량과 인명에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NHK는 트럭 등에서 실어나르고 있는 짐과 부품의 낙하를 막기 위해 부실 고정 및 최대 적재량을 넘는 과적 차량 단속을 강화하고, 관련 법규 등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일본 뿐 아니라 다른 곳에도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사고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높인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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