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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공동선언] 트럼프가 쓴 ‘김정은, 핵사찰 합의’ 의미는

[평양공동선언] 트럼프가 쓴 ‘김정은, 핵사찰 합의’ 의미는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9-19 16:31
업데이트 2018-09-1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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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핵 관련 신고→ 검증 의미…‘전문가 참관 하 폐기’ 언급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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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트위터에 “김정은, 핵사찰에 합의”
트럼프, 트위터에 “김정은, 핵사찰에 합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남북 평양공동선언과 관련,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사찰(Nuclear inspections)을 허용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2018.9.19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남북 평양공동선언 발표 직후 트위터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사찰(Nuclear inspections)을 허용하는데 합의했다”고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핵사찰’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관심을 끈다.

그가 사용한 ‘핵사찰’이라는 용어가 남북 정상이 공동 발표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 직접 들어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당 표현이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의 핵무기·시설·물질 관련 신고 및 검증으로 이어지는 ‘핵사찰’을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번 선언에서 제시한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를 뜻하는 것인지가 모호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이날 평양 정상회담을 마친 뒤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하고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합의문 내용을 공개한 지 약 1시간 만인 19일 0시께(미국 동부시간 기준)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글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최종 협상에 부쳐질 핵사찰을 허용하는 것과, 또 국제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공동선언은 크게 6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으며 핵 폐기 및 비핵화와 관련한 내용은 다섯 번째 조항에 기재됐다.

양 정상은 이 대목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면서 향후 실천 방침을 구체적인 3개 항목으로 제시했다.

그 중 첫 번째로 제시된 것이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라는 표현을 두고 ‘핵사찰’ 허용으로 언급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일단 현 단계에서는 유관국 전문가들이 북한에 들어가 참관하는 가운데 핵 관련 시설의 해체와 폐기가 이뤄지는 과정을 염두에 둔 표현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에서 핵사찰을 ‘최종 협상에 부쳐질 의제’(subject to final negotiations) 혹은 ‘최종 협상에 달린 의제’라는 식으로 표현한 점이 주목된다.

과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도 핵사찰 허용 여부가 협상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으로 작용하곤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온 얘기 가운데 합의문에는 담기지 않은 내용이 별도 채널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을 개연성이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통상 국제사회에서 ‘핵사찰’은 핵무기와 핵시설, 핵연료 물질의 비축량 등 핵 관련 목록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같은 기구에 신고하고 해당 내용이 사실인지를 전문가들이 현장 방문 등의 형태로 직접 검증하는 일련의 절차를 의미한다.

이 과정에 핵 보유와 실험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인 핵확산금지조약(NPT),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 가입 등이 수반된다.

NPT는 제3조에 핵무기 개발, 생산, 보유를 금지하기 위해 가입국이 IAEA 규정에 따라 ‘안전조치’라고 표현된 ‘핵사찰’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일련의 신고 및 검증 과정을 거치는 핵사찰은 비핵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북한 핵을 둘러싼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수차례 합의가 이뤄졌지만 결국 핵사찰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해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비핵화를 끌어내는 데 실패한 바 있다.

앞서 1994년 ‘1차 북핵위기’ 때 ‘제네바 합의’, 2005년 ‘2차 북핵위기’ 때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 2012년 ‘2.29 합의’ 등이 최종 이행되지 않은 것은 북한이 핵 활동 의혹과 미신고 핵 시설에 대한 사찰 요구 등을 거절한 것과 관련이 있다.

1차 북핵위기는 북한이 1993년 3월 NPT 탈퇴 성명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NPT는 가입 18개월 내에 IAEA의 핵안전조치협정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IAEA의 북핵 프로그램 검증 과정에서 신고 내용이 실제와 다르다는 의혹이 불거져 특별사찰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이를 거절했다. 이후 최종 탈퇴 선언은 2003년 1월 10일 이뤄졌다.

북한과 미국이 각각 핵사찰 허용과 경수로 제공을 약속한 제네바 합의를 비롯해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NPT, IAEA로 복귀한다고 약속한 9.19공동성명 및 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 조치를 담은 2.13 합의 등도 모두 세부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노출됐다. 북한의 핵실험·미사일발사 잠정중단 및 IAEA 감시단 입북 허용 등 비핵화 사전조치 대가로 미국은 식량 24만t을 제공하기로 한 2.29 합의 역시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북한은 그간 여러 협상에서 미국에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면서 미국이 군사력 사용 등 대북 위협 요인을 제거할 때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핵 포기시 경제적 손실 보상 또는 지원도 논의됐다. 향후 본격적인 검증이 수반된 핵사찰을 비롯한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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