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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갑부들의 ‘최후의 날’ 벙커 사실일까

실리콘밸리 갑부들의 ‘최후의 날’ 벙커 사실일까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9-15 10:21
업데이트 2018-09-1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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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S사가 만든 벙커. 스터프=연합뉴스
라이징S사가 만든 벙커.
스터프=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 갑부들이 ‘최후의 날’에 대비해 뉴질랜드에 35개의 지하 벙커를 짓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그 실체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뉴질랜드 언론이 15일 보도했다.

뉴질랜드 뉴스 사이트 스터프는 외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미국에 본사를 둔 라이징S사가 최근 몇 달 동안 지하 벙커들을 제작한 뒤 뉴질랜드로 보내 지하에 묻고 있다며 총 가격은 1천210만 뉴질랜드 달러(약 89억 원)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가 만든 최고급 모델은 체육관, 사우나, 수영장, 온탕, 당구대가 갖춰진 게임 룸, 볼링장, 미디어 룸 등이 갖추어져 있으며 미화 3만9천 달러인 염가 벙커는 2층 침대, 기본적인 공기여과장치, 부엌 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만든 벙커들은 19대의 트랙터 트레일러에 실려 텍사스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선박 편으로 뉴질랜드 남섬 픽턴항에 도착한 벙커 하나는 웨스트코스트로 옮겨지고 또 하나는 오클랜드 와이테마타항에 도착해 북섬 노스랜드 지역으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뉴질랜드 지역 당국이나 항만 당국,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우선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라이징S사의 게리 린치 대표는 뉴질랜드에 지하 벙커 35개 정도가 갔다고 말하고 있지만, 벙커의 위치 등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는 “뉴질랜드 여기저기에 벙커들이 설치되고 있다. 미국인들뿐 아니라 개인 안전 목적으로 뉴질랜드 시민권자 2명이 주문한 것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스터프는 뉴질랜드 시민권자인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을 주목했으나 역시 증거는 없다.

지난해 1월 뉴질랜드 시민권을 받은 틸은 남섬 와나카 호수 부근에 수백만 달러 상당의 땅을 가지고 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미국 잡지 뉴요커는 최후의 날에 대비하는 부자들에 관한 기사를 보도하면서 뉴질랜드가 재난이 발생했을 때 피난처로 점점 관심을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5일 실리콘밸리 거물 5명이 중간 급유 없이 미국에서 뉴질랜드까지 한 번에 날아갈 수 있는 ‘탈출용’ 제트기 걸프스트림 G550을 공동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로 갑부들을 상대하는 오클랜드 부동산 중개업자 올리 월은 벙커에 관한 소문은 들었지만 증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수많은 미국 부자들을 상대하고 있지만, 그들이 가진 공통점은 친절한 사람들을 좋아하고 복잡한 세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선진국에 살고 싶다는 것”이라며 “내 추측으로는 선정적 차원의 홍보 공세일 것”이라고 말했다.

태즈먼 지역 당국의 크리스 초우트 대변인도 태즈먼 지역 행정당국에 접수된 생존 벙커 설치 허가신청 기록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벙커 설치에 필요한 서류작업만 해도 엄청날 것이라며 “그런 주장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그 정도 규모의 물건이 선박 편으로 픽턴에 도착해 웨스트코스트로 옮겨지려면 해브록, 넬슨, 머치슨 등을 지나야 하는데 사람들의 눈에 드러나지 않고 이동하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픽턴항 대변인도 지하 벙커의 도착 사실은 자신도 알지 못한다며 픽턴항은 컨테이너선이 직접 들어올 수 있는 항구가 아니라고 말했다.

퀸스타운레이크스 지역당국도 지하 벙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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