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13명, 경기 진단·정책 제언
10명 “내년 경제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규제개혁 통해 벤처 창업 적극 지원해야
R&D 세제혜택 확대… 기업투자 늘려야
서비스업 인프라 확충해 내수 회복 시급
SOC 지출 앞당기고 소비세 인하 검토를
서울신문이 10일 공공과 민간 영역의 대표 경제전문가 13명을 대상으로 긴급 경기 진단을 실시한 결과 10명(77%)은 “올해보다 내년 경제가 더 안 좋다”고 전망했다. 판단을 유보한 전문가가 2명, 내년에 경기 반등을 예상한 전문가는 1명에 그쳤다. 올해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경제성장률 2.9% 달성 여부에는 “가능하다”와 “불가능하다”가 6명씩(판단 유보 1명) 팽팽하게 갈렸지만 내년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한국 경제가 하방으로 갈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진 상황”이라면서 “그나마 다행인 것이 수출이 받쳐 주고 있다는 것인데 지난해부터 반도체 관련 산업만 빠른 회복세를 유지하고 나머지 주력 산업들은 전반적으로 기술 경쟁력 등이 약화돼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소득주도성장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전문가 중 9명(69%)은 “큰 방향성은 맞지만 수정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1명 있었다. 현 정책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3명으로 소수 의견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투자 의지를 북돋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시장에서 잘 먹히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혁신성장을 중심으로 성장 쪽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면서 “소득주도성장이나 공급주도성장이나 출발점이 다를 뿐 경기 선순환 구조는 같은 고리인데 현재는 기업 투자 고리가 끊겨서 소득주도성장이 힘들다는 것을 정부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세액 공제가 이뤄지면 기업들이 좀더 투자에 나설 것”이라면서 “공정 경제에 있어서는 규제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높기 때문에 좀더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활력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상무도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이나 규제 개혁 등을 통해 여러 가지 창업 지원이 가능하다”면서 “정부가 언급한 벤처 지원 등의 정책은 눈에 띄는 성과를 당장 얻기 어렵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단순히 최저임금을 올리기보다는 노동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성인(전 한국금융학회장)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보다 인적 자본을 강화하는 것”이라면서 “과거와 달리 우리 사회가 자본은 풍부한데 노동이 희소한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자율을 낮추고 임금을 올리는 정책을 펼치면서 인적 자본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식(전 한국경제학회장)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이나 업종별 차등화가 필요하고 근로시간 단축도 산업에 따라 차등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교수는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추가로 쓸 수 있는 정책은 SOC 지출을 좀더 앞당기고 소비세를 낮추는 방법”이라면서 “이미 추경도 했고 금리를 낮출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이 외에는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일자리가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소비와 내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생활형 SOC 투자를 확대한다는 발표를 했는데 건설업 부분에 정책적 보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단기 부양책도 필요하지만 계속하기는 어렵다”면서 “수출주도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는 내수 확대가 중요하고 이를 통해서 소득을 늘릴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현재는 여가 산업 등 내수 서비스산업의 기반이 약해서 소비가 이뤄지지 못하고 해외로 나가는 상황”이라면서 “이 부분에 대한 인프라 확충 등 공급 정책이 이뤄져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문규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은 “정부가 재정 확대로 할 수 있는 대책은 한계가 있어서 금융정책을 포함한 정책 믹스가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정책의 무게중심을 한쪽에 둘 것이 아니라 생산과 분배 부분의 균형을 맞춰서 기업에 믿음을 주고 자신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8-09-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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