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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캐릭터 세상 속으로

게임 캐릭터 세상 속으로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18-08-23 17:58
업데이트 2018-08-2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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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스푼즈’ 웹툰·애니·문구·이모티콘 등 변신
넷마블 캐릭터 상품 판매 정식 매장 오픈… 워너원과 제휴
넥슨 ‘네코제’ 2015년부터 콘텐츠 공유 축제로 자리잡아
캐릭터 통해 비이용자 게임 접근성 손쉽게 높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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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자체 캐릭터 브랜드 ´스푼즈´ 상품인 키 링
엔씨소프트 자체 캐릭터 브랜드 ´스푼즈´ 상품인 키 링
‘비티, 신디, 디아볼, 핑, 슬라임…’ 앙증맞은 이름의 이 캐릭터들은 발트해 한가운데에 있는 스푼 모양의 섬 ‘스푼즈 아일랜드’에서 살고 있는 ‘스푼즈’ 친구들이다. 두 귀가 축 처진 양(비티), 입을 헤벌리고 있는 아기 용(핑) 등으로 저마다 민트초코 아이스크림과 베리 타르트, 푸딩 같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뒹굴뒹굴 유유자적하는 모습이다. 최근 이 녀석들이 1020세대 관람객들로 붐비는 영화관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23일 찾은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관람객들의 손에 들려진 팝콘 컵에 스푼즈 캐릭터들이 옹기종기 새겨져 있었다. 영화 티켓을 들고 상영관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는 벽면에서 손을 들고 인사하는가 하면,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자 좌석 헤드 레스트(머리 받침)에서도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스푼즈’는 ‘리니지’로 유명한 게임사 엔씨소프트가 지난 5월 내놓은 캐릭터 브랜드다. 민트색과 분홍색, 하늘색 등 파스텔톤의 산뜻한 색감에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1020세대의 취향에 꼭 맞아떨어진다. ‘리니지’, ‘블레이드 앤 소울’ 등 기존 게임의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라고 봐도 무방하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선 굵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개발하는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캐릭터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지난 5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아트토이 박람회 ‘아트토이컬처 2018’에서 데뷔한 스푼즈는 편의점 디저트와 문구류, 이모티콘 등으로 변신해 이용자들과 만나고 있다. 세븐일레븐과 협업한 ‘스푼즈 크림모찌’에 이어 ‘스푼즈 촉촉대환장 초코칩쿠키’가 출시됐으며 에코백과 티셔츠, 피규어, 배지, 스티커 등 스푼즈 캐릭터를 입힌 의류와 문구류, 잡화류가 판매되고 있다. 롯데시네마와도 제휴해 지난 13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 ‘스푼즈 상영관’을 열었다. 영화 티켓을 출력하고 팝콘을 구입해 상영관에 들어가기까지 스푼즈 캐릭터들과 만날 수 있게 꾸며졌다.

벌써 해외에도 진출했다. 중국의 위챗 등 해외 모바일 메신저에 이모티콘으로 출시돼 누적 다운로드 건수가 1000만 건에 육박한다.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에는 스푼즈의 이야기를 담은 4컷 만화가 연재되고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 화면에서 즐길 수 있는 ‘페이스북 인스턴트 게임’으로도 개발돼 전 세계 이용자들과 만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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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의 오프라인 정식 매장 ´넷마블스토어´
넷마블의 오프라인 정식 매장 ´넷마블스토어´
스푼즈는 최근 게임 업계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지식재산권(IP)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게임 업계는 게임을 개발해 서비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게임의 캐릭터와 스토리 등을 웹툰과 애니메이션, 굿즈 등으로 확장해 콘텐츠 상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게임의 브랜드 가치와 이용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콘텐츠 상품을 통한 수익 창출까지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인기 게임 캐릭터에 기반한 캐릭터 상품을 팝업 스토어에서 판매하거나 단편 애니메이션을 공개하는 등의 움직임은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올해 들어 게임 업계 IP 사업의 판이 커지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 4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의 롯데 엘큐브에 게임 IP를 활용한 상품을 판매하는 ‘넷마블스토어’를 열었다. 팝업 스토어가 아닌 정식 매장을 연 것은 게임사 중 최초다. ‘모두의마블’, ‘세븐나이츠’ 등 넷마블의 인기 게임에 기반한 피규어와 양말, 퍼즐, 쿠션, 머그컵 등 캐릭터 상품 300여종이 판매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는 ‘모두의마블’ 5주년을 맞아 아이돌그룹 워너원과 제휴 이벤트를 열고 방문 고객들에게 워너원 포토 쿠폰을 제공했다. 이벤트가 열린 일주일 동안 1만 2000여명이 매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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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콘텐츠 축제 ´네코제´
넥슨의 콘텐츠 축제 ´네코제´
넥슨은 이용자들이 창작한 콘텐츠들을 공유하는 축제 ‘네코제’를 지난 2015년부터 열고 있다. 그림과 액세서리, 피규어 등 캐릭터 상품은 물론 넥슨 게임의 배경음악을 새롭게 편곡한 음악 공연까지 게임 이용자들이 재능과 개성을 마음껏 발휘하는 축제로 자리잡았다. 이용자들이 만든 창작물들은 넥슨의 자체 브랜드 상품들과 함께 오프라인 매장 ‘네코제 스토어’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넷마블스토어’가 입점한 롯데 엘큐브에 지난 6월 문을 연 네코제 스토어는 1년간 운영될 계획이다.

잘 키운 게임 IP는 북미와 중국 등 ‘난공불락’ 시장의 벽을 넘는 강력한 소프트 파워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국내 게임 업계의 IP 사업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 게임으로는 드물게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장기 흥행에 성공한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는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 시리즈의 원작자인 로버트 커크먼이 이끄는 스카이바운드 엔터테인먼트의 지휘 아래 코믹스와 애니메이션 등으로 재탄생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피규어 브랜드 펀코(Funko)는 컴투스와 계약해 서머너즈 워의 대표 캐릭터를 피규어와 의류, 액세서리 등 다양한 상품으로 제작할 계획이기도 하다.

국내 게임업계의 ‘IP 파워’는 1년 반이 넘도록 국내 게임의 진출을 막고 있는 중국 시장의 빗장도 풀고 있다. 중국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웹젠의 ‘뮤’ 시리즈는 오는 27일부터 중국에서 웹툰으로 연재된다. 중국의 창판 웹툰스튜디오가 제작하고 중국의 주요 웹툰 플랫폼 15곳에서 동시에 연재되는 ‘뮤’ 웹툰을 통해 중국에서 ‘뮤’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게 웹젠의 전략이다.

기존 게임의 IP를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아예 새로운 캐릭터 브랜드를 내놓으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의 ‘카카오프렌즈’, 네이버의 ‘라인프렌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캐릭터 브랜드를 키워 캐릭터 산업으로 보폭을 넓히려는 시도다. 엔씨소프트의 스푼즈가 겨냥하는 대상은 10대와 여성 등으로, 기존 엔씨소프트 게임의 주 이용자층에서 비껴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엔씨소프트 게임의 이용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로 기획한 것이 스푼즈”라면서 “게임과 애니메이션, 굿즈 등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넷마블 역시 자체 캐릭터 브랜드인 ‘넷마블프렌즈’를 런칭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넷마블 기업 로고에 등장하는 뿔 달린 노란 공룡 ‘ㅋㅋ’를 비롯해 ‘토리’, ‘밥’, ‘레옹’으로 구성된 넷마블프렌즈는 2016년 넷마블 공식 페이스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최근에는 핸디 선풍기와 양말, 마우스패드 등 캐릭터 상품으로 재탄생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기존 넷마블 게임의 이용자가 아니어도 즐길 수 있는 캐릭터”라면서 “넷마블이라는 기업을 알리는 대표 얼굴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8-08-24 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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