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영화] ‘휘트니’

2012년 2월 1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베벌리힐튼 호텔. 한 여성이 4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85년 가수로 데뷔한 이래 30여년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슈퍼스타였다. 그래미상 6회 등 415회의 음악상 수상, 7곡 연속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누적 음반 판매량 1억 7000만장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그녀가 세웠다. 하지만 이런 업적과 무관하게 그녀는 욕조 안에서 홀로 숨을 거뒀다. 사인은 약물 중독에 의한 익사였다.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 등 수많은 히트곡에서 그녀는 사랑을 노래했다. 대중에게 그녀는 사랑의 빛으로 반짝이던 별이었다. 그 별이 이렇게 사랑 없는 곳에 덧없이 지고 말았다.

그녀의 이름은 휘트니 휴스턴. 공적으로는 너무 유명한 가수였으나, 사적으로는 너무 알려진 바가 없는 사람이기도 했다. 무대 위가 아닌 무대 아래의 그녀를 조명할 필요가 있다. ‘휘트니’는 그래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다. 감독 케빈 맥도널드는 휘트니에 대해 이렇게 코멘트한다. “휘트니는 자신을 숨기는 사람이었죠. 수수께끼 그 자체였어요.” 그는 휘트니의 친인척과 지인들을 인터뷰이로 섭외했다. 회고를 통한 모자이크 방식으로 그녀의 모습을 재구성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가 휘트니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그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예컨대 ‘휘트니’를 봐도 우리는 그녀의 심정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딸이 번 돈을 횡령하고 왕처럼 군림한 아버지를 바라보던 그녀의 마음을, 동생에게 마약을 권하고 허세를 부린 오빠들을 보는 그녀의 마음을, 어렸을 때 친척 언니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음에도 오랜 시간 침묵해야 했던 그녀의 마음을, 흑인인데 백인처럼 군다는 비판에 시달렸던 그녀의 마음을, 남편의 폭력을 참아 내며 가정을 지키려 했던 그녀의 마음을, 아이들이 미래임을 믿는다고 열창(Greatest love of all)했으나 정작 자기 딸을 돌보지 못해 자괴하던 그녀의 마음을 말이다.

두 시간 동안 휘트니의 삶을 지켜봤지만, 여전히 미스터리다. 한 사람의 진면목을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관객은 ‘휘트니’로 그녀의 존재를 제각각 다시 그려 낼 수밖에 없으리라. 그럴 때 위에 언급한 휘트니의 감정을 생각해 보는 일이 도움이 될 것이다. 심경을 속속들이 모른다 해도 괜찮다. 이를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애도의 의미가 있으니까. 그녀가 음악으로 건넨 사랑을 이제 우리가 돌려줄 차례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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