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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떠나도… 佛心은 달래지 못했다

스님은 떠나도… 佛心은 달래지 못했다

김성호 기자
입력 2018-08-21 17:54
업데이트 2018-08-22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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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총무원장 사퇴에도 조계종 ‘혼돈’

총무부장 대행체제…60일내 후임 선출
26일 종단 개혁 외치는 전국승려대회
맞불집회측 호법단 구성…충돌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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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설정 스님이 약 10개월 만에 조계종 총무원장 직에서 물러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한 스님이 손을 모은 채 기도를 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21일 설정 스님이 약 10개월 만에 조계종 총무원장 직에서 물러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한 스님이 손을 모은 채 기도를 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21일 설정 총무원장의 전격 사퇴로 조계종 사태가 표면적으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갯속’이라는 게 조계종 관계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향후 새로운 정권 창출을 둘러싼 다툼과 혼란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 총무원장 선출을 위한 절차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지금의 조계종 사태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당초 사태는 사유재산 축적과 은처자 의혹 등으로 인한 설정 스님의 퇴진 요구에서 시작됐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등 재가불자들을 주축으로 한 불교단체의 퇴진 요구 집회와 전 불국사 주지 설조 스님의 단식이 이어졌고 원로회의 의원과 중앙종회, 교구본사주지협의회가 잇따라 설정 스님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설정 스님은 수위를 달리해 가면서 퇴진 의사를 밝혔지만 지난 13일 갑자기 종전의 입장을 바꿨다. 개혁의 기틀을 다진 뒤 연말에 명예롭게 퇴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설정 스님은 사실상 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총무원장은 중앙종회 의원들과 각 교구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이 뽑도록 돼 있다.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중앙종회와 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조계종 안팎에서 설정 스님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자승 스님이 설정 스님의 사퇴를 밀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설정 스님은 자승 스님을 축으로 한 주류 세력에 대한 반감을 여러 차례에 걸쳐 우회적으로 비쳤다.

진퇴와 관련한 설정 스님의 입장 번복은 결과적으로 비주류 세력들과 적폐청산을 외치는 재가불자 단체의 공통 요구로 번진 셈이다. 바로 기득권 세력의 핵심인 중앙종회의 해산과 총무원장 선거제 개혁이 바로 그것이다. 조계종의 앞날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음을 예고하는 핵심이다. 그 혼돈의 복판은 바로 주류와 비주류 세력의 갈등이다. 설정 스님 측과 자승 전 총무원장 측, 조계종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설조 스님이나 수좌회 측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설정 스님의 사퇴로 조계종은 총무부장이 원장 대행을 맡아 60일 이내에 총무원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사정이 간단하지 않다. 조계종단 개혁을 외치고 있는 스님과 재가불자들이 주류 세력의 완전 교체를 통한 새 판 짜기와 쇄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26일 조계사에서 열릴 초법적 기구인 전국승려대회가 문제다. 승려대회 봉행위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반드시 자승 전 총무원장을 위시한 조계종 지도층 인사들의 부패라는 인재(人災)를 수습해 사부대중의 종단 참여, 재정 투명화를 이뤄내겠다”고 거듭 천명했다.

이에 대해 교구본사주지협의회와 중앙종회, 신도단체등은 승려대회를 반대하고 사실상 맞불 집회인 ‘교권수호 결의대회’를 조계사에서 봉행할 것을 선언했다. 이들은 승려대회를 종단의 안정을 해치는 해종 행위로 간주하고 총무원 청사 난입 등 불법 활동을 막기 위해 호법단까지 구성해 놓고 있다. 양측 모두 평화적 집회를 강조하지만 입장 차가 큰 만큼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6일 승려대회와 교권수호대회가 함께 열리는 ‘한국불교 1번지’ 조계사가 또 한 차례 수난을 치를 전망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8-08-2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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