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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Zoom in] 日 중고시장 ‘심상찮은 성장’

[월드 Zoom in] 日 중고시장 ‘심상찮은 성장’

김태균 기자
입력 2018-08-21 22:38
업데이트 2018-08-22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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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상승률 최고 불구 소비지출 냉각

車→의류·잡화 거래품목 확대 급성장
GDP 0.2%P 하락… 물가상승 억제도

지난 6월 일본의 임금상승률(후생노동성 발표, 명목 기준)은 전년 대비 3.6%로, 1997년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소비지출(총무성 발표, 실질 기준)은 반대로 전년 대비 1.2%가 줄었다. 경기가 좋아지면 소비가 늘고 물가가 오르면서 경제 전체에 온기가 도는 선순환이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일본에서는 남의 나라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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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만성적인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심리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경제에 또 다른 고민이 나타났다. 지나칠 만큼 급성장하고 있는 ‘중고시장’이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중고품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 1000억엔(약 11조원) 규모였지만 지난해에는 2조 1000억원 수준으로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기존에 자동차 정도로 한정됐던 중고거래 품목이 의류, 잡화를 비롯한 전 분야로 확산된 결과다.

특히 ‘라쿠텐’과 ‘야후’ 등 기존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더해 일본 벤처업계의 새로운 신화로 주목받고 있는 중고 전문 상거래업체 ‘메르카리’가 2013년 7월 스마트폰 카메라로 물건을 찍어 바로 게시하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성장세에 불이 붙었다. 현재 메르카리 이용자는 월 1000만명에 이른다.

일본 소비자청의 지난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중고품을 구입할 생각이 있고, 인터넷 시장 등에 실제로 자기 물건을 판매해 본 사람도 10%에 달했다.

일본 경제당국은 중고시장의 ‘빅뱅’이 가뜩이나 골치 아픈 소비 부진을 한층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의 독서 관련 가계지출 규모가 2000년에 비해 25% 감소한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아마존(미국)의 중고 서적 거래가 지목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2015~2016년 2년 연속 일본 내 의류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작아진 데에도 중고 의류의 거래 확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나가하마 도시히로 이코노미스트는 “중고시장의 확대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을 0.2% 포인트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된다”며 “물가도 중고시장 때문에 상승세가 억제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에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를 마냥 우려만 하기보다는 새로운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를테면 결혼을 앞둔 신부가 웨딩드레스를 빌리지 않고 나중에 중고시장에 내다 팔 요량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잘만 하면 빌려 입는 것보다 금전적으로도 더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마모토 아키라 게이오대 교수는 “소비자는 나중에 중고로 팔 수 있다면 당장은 좀 비싸도 구매 의욕을 갖게 된다”며 “높은 값에 중고 재판매가 가능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기업에 중요하며, 이를 통해 프리미엄 상품이 확산되면 물가 상승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18-08-2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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