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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설득 나선 北…노동신문 “일에는 순차가 있다”

‘종전선언’ 설득 나선 北…노동신문 “일에는 순차가 있다”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8-09 16:58
업데이트 2018-08-0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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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치 끝나면 신뢰조성에 유리한 분위기 마련될 것”

북미협상이 교착 국면인 가운데 북한이 9일 노동신문을 통해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 주목된다.

노동신문은 이날 ‘종전선언 발표가 선차적 공정이다’ 제목의 논평에서 “무슨 일이나 목적을 달성하는데서는 순차가 있는 법”이라며 “종전선언 발표로 조미(북미) 사이에 군사적 대치 상태가 끝장나면 신뢰 조성을 위한 유리한 분위기가 마련되게 될 것”이라고 미국에 종전선언 채택을 거듭 요구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종전선언을 제목으로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직후 미국의 협상 태도에 대한 불만을 다룬 외무성 대변인 담화(7.7), 또 노동신문과 대외용 인터넷 매체들에서 미국이나 한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기본 주제에 끼워 넣는 식으로 종전선언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번 노동신문 논평은 북미협상이 북한의 체제안전보장과 미국의 비핵화 초기 조치로서 핵 프로그램 신고 요구가 첨예하게 맞물리며 기싸움을 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논평의 핵심은 종전선언을 외면하는 미국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종전선언이 왜 중요한지에 맞춰져 있다.

전반적인 논조가 마치 종전선언만 된다면 교착 국면의 북미협상이 당장 진전될 수 있다는 암시가 느껴질 정도로 필요성과 절박성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 4일 리용호 외무상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하며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마음을 놓고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해줄 때 우리 역시 미국에 마음을 열고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것은 종전선언을 체제안전보장, 즉 미국의 군사적 침공을 차단할 수 있는 정치적 명분과 신뢰구축의 첫 단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관문인 종전선언도 외면하는데 어떻게 미국을 믿을 수 있고 비핵화 협상을 하겠냐는 것이다.

또 북한은 본격적인 비핵화 논의와 실행에 앞서 종전선언이라는 안전판을 마련함으로써 향후 험로의 협상 과정에서 만약에 불거질 수 있는 미국의 군사적 행위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종전선언이 법적 강제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종전이 선언되면 공세적 개념의 군사행동의 명분이 사라진다”며 “이 때문에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과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단을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항구적인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이 종전선언을 미국과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를 완화할 수 있는 장치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장기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제재 완화의 명분과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핵경제병진노선 대신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의 실현에 박차를 가해 2020년까지 5개년계획을 실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종전선언이 내부적으로 비핵화 초기 조치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내 대미협상 실무관계자들이나 군부 등에 최고지도자의 비핵화 명분을 과시할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한국과 미국·중국 등 대국과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종전을 선언함으로써 정권 수립 70주년이 되는 올해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적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남북정상의 판문점선언에서 올해 중 종전선언을 못박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미 행정부는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에 ‘시기상조’라고 선을 긋고 있다. 유해 송환은 긍정적 조치이지만 비핵화 조치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2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종전선언과 같은 일을 할 수 있기 전에 이뤄져야 할 입증 가능한 비핵화 움직임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더 많은 가시적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취한 핵실험장 폐기와 미사일 시험장 해체 움직임 등은 ‘검증이 필요’해 종전선언의 교환 조건으로 볼 수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아울러 북한의 완전한 핵시설 신고가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사실상 종전선언의 성사조건을 언급한 셈이다.

결국 북미 최고지도자가 친서를 주고 받으며 협상의 판을 깨지 않고는 있지만 서로 양보하지 않은 채 팽팽한 기싸움을 하는 형국이어서 접점을 찾아 물꼬를 트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국제협상 특히 군사문제에 대한 협상은 대부분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관계의 반복을 통한 신뢰구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며 “우선 북한이 신고-검증 등 비핵화 초기 단계의 성의있는 조처를 하도록 설득하는 동시에 한국과 미국은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평화체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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