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다문화”… 담임쌤은 내 친구를 이렇게 불러요

입력 : ㅣ 수정 : 2018-07-30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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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의 그물에 갇힌 ‘우리’… 안전망서 쫓겨난 ‘다문화’
‘대한민국은 단일 민족’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2000년대 이후 외국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들은 여전히 ‘우리’가 아닌 ‘그들’이다. ‘다문화’라는 용어는 또 다른 ‘낙인’이자 ‘차별’로 인식되고 있다. 서양인과의 결혼은 ‘글로벌 가정’으로, 아시아인과의 결혼은 ‘다문화 가정’으로 부르기도 한다. 다문화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고 있는 이주민들은 “제도적인 차별보다 더 무서운 게 인식의 차별”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무심결에 던진 편견과 차별은 송곳이 되어 그들의 가슴을 후벼 판다.

●학교는 차별 조장…어린이집은 문전박대

“야, 다문화!”

중학교 국어교사 A씨는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얼마 전 전학 온 베트남 학생을 찾았다. 베트남 출신의 어머니를 둔 이 학생의 이름은 ‘김전일’이었지만 A교사는 항상 ‘다문화’라고 불렀다. 한국어가 서툴러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책상에 엎드려 있던 이 학생은 이유도 모른 채 앞으로 나갔다. A교사는 한국인 학생들 앞에서 “숙제를 엉터리로 해 오면 어떡하느냐”며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다.

아버지는 한국인, 어머니는 일본인인 김진영(15·가명)군은 역사 수업 시간마다 괴롭다고 했다. 역사 선생님이 ‘우리나라’, ‘우리 민족’을 얘기하는데 김군에게는 ‘아빠 나라’, ‘엄마 나라’만 있을 뿐이어서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를 부를 때는 같은 반 친구들의 눈치를 봤다. 친구들이 평소 “넌 한국 사람이냐, 일본 사람이냐”고 묻는 것도 남모를 괴로움이다. 이정은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사무국장은 “화합과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우리’라는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소외감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바로잡아 줘야 할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 오히려 차별을 조장하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에게 보내는 가정통신문이 한글로만 쓰여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학부모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교사들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학생 어머니의 출신 국가를 공개하며 “서로 사이 좋게 지내라”고 했다가 오히려 아이를 놀림감으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많다.

다문화 가정과의 ‘만남의 장’이 ‘갈등의 장’이 돼 버리기도 한다. 충남 홍성 등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온 ‘고려인’이 부쩍 늘자 좋은 취지로 이들과 함께 어울릴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한국인 학부모들은 이주민 가정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호응하지 않았다. 자녀에게 “외국에서 온 친구랑 가까이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거나 학부모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 메신저 방에 외국인 학부모를 초대하지 않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유치원, 어린이집 등 보육 시설도 마찬가지였다. 이주민들은 보육교사와 한국인 자녀들에게 차별을 당해 자녀가 상처를 입을까 봐 어린이집에 선뜻 보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 아이와 싸움이 나면 한국인 학부모들이 집단대응에 나서는 때도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에서 온 초은레이(26)는 “어린이집에 모인 학부모들이 나를 곁눈질로 보더니 아예 말도 안 걸고 인사도 안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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