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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목숨” “통일은 일자리”… 결 다르지만 필요성 공감합니다

“통일은 목숨” “통일은 일자리”… 결 다르지만 필요성 공감합니다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18-07-19 17:44
업데이트 2018-07-1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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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65주년 한반도의 미래<3·끝> 통일 분단에 대한 세대 간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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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지난 8일 다양한 세대의 시민이 통일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스케치북에 써서 보여 주고 있다. 왼쪽부터 정막동, 문창선, 박효원, 김경아씨.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지난 8일 다양한 세대의 시민이 통일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스케치북에 써서 보여 주고 있다. 왼쪽부터 정막동, 문창선, 박효원, 김경아씨.
“지난 3월에 다녀온 통일 독일의 베를린은 감동이었어요. 목숨을 바쳐 통일을 바란다던 선조들이 이해됐죠.”-정막동(59·미용실 원장)

“내가 죽은 뒤에 통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통일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데는 동의합니다.”-박효원(38·뮤지컬 배우)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지난 8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통일의 정의’를 묻자, 통념처럼 시민들은 고령일수록 통일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요인이나 북 인권 문제 등 인도적 배경에서 통일을 이루자고 주장하는 청년들도 꽤 있었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만든 긍정적인 교육 효과로 보인다. 결국 개인별로 다양한 생각을 평화체제 구축 및 통일의 동력으로 모아내는 것이 향후 대한민국의 과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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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한반도가 통일되면 남한이 경제적으로 힘들어질 테지만 돈 때문에 통일을 못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빚이 있다면 짊어지고 가자. 당장 앞을 보지 말고 크게, 멀리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씨는 “솔직히 남북이 바르게 융합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고 그 과정에 우리 세대가 끼어 있으면 힘들 것 같다”며 “또 통일 과정에서 사상적·이념적인 분열이 생길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통일 효과에 대한 기대도 엿볼 수 있었다. 문창선(42)씨는 “남한 남성과 북한 여성 간에 결혼이 늘면서 저출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지 않겠냐”며 “다만 평창동계올림픽의 남북 여자아이스하키팀 논란을 보면 남북이 어떤 식으로 교류를 할지 대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월 남북이 단일 아이스하키팀을 구성할 때, 수년간 노력한 남측 선수들이 출전의 기회가 박탈된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딸과 함께 산책을 나온 박지은(37)씨도 ‘통일은 일자리’라고 정의했다. 그는 “경제성장이 멈추며 일자리가 늘지 않는데 통일 후 북한의 지하자원 채굴이나 개발이 이뤄지면 청년실업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래 통일에 반대했었고 북한은 대화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난 4월에 남북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점진적으로 통일이 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김경아(46)씨는 통일로 북한 인권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통일이 북한 사람들에게 자유와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믿는다”며 “또 북한 경제가 발전하면 북측 주민들도 더 편안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통일 모델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도 들을 수 있었다. 손미자(61)씨는 “남북이 서로 교류를 하면 그게 통일 아니겠냐”며 “돌아가신 부친의 고향이 북한 황해도였는데 나라도 꼭 한번 가 보고 싶다”고 했다. 박사미(31)씨는 “빠른 시일 내에 통일이 돼 일자리 확대 등 경제적 측면의 혜택을 누리고 싶다”며 “내가 바라는 통일은 군사적 긴장 완화에서 시작해 한 국가를 이뤄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만난 시민들은 통일이 곧 현실화되겠냐는 질문에는 다소 망설였지만, 남북 정상회담이 통일로 가는 관문이 될 것이라는 데는 공감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의 지난 2분기 통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북의 개혁·개방 가능성에 대해 ‘높다’는 응답률이 71.6%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70%를 넘었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79.1%로 지난해 3분기(71.4%)보다 상승했고 통일 예상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10년 이내(28.4%), 20년 이내(20%), 불가능(12.8%) 순이었다.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응답률은 2016년 이후 가장 낮았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과거와 같은 민족주의적 통일이 아니라 경제적 미래나 미래 전략으로 통일을 어떻게 바라볼지를 고민한다면 젊은 세대의 통일 인식도 점차 바뀔 것”이라며 “특히 서울역에서 파리행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식으로 논의의 틀만 바뀌어도 통일에 대한 고정관념이 점차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18-07-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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