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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동생 사이’라던 朴정부 참모들, 법정선 날선 공방

‘형·동생 사이’라던 朴정부 참모들, 법정선 날선 공방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18-07-17 18:39
업데이트 2018-07-1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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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향하는 신동철
법정 향하는 신동철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이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7.12.19 연합뉴스
“형, 동생으로 지냈는데 여기서 내 기억이 맞다 네 기억이 틀렸다 하긴 그렇지만….”(현기환)

“제가 사적으로 형님으로 모시던 분하고 이러는 게 부끄럽고 스트레스 받습니다.”(신동철)

최근 박근혜 정부과 관련된 사건의 재판에서는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던 참모진이 서로 얼굴을 붉히며 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부쩍 자주 볼 수 있다. 처음엔 변호인을 통해 신문이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직접 서로의 기억을 두고 언쟁을 벌이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정농단 관련 사건들의 재판을 통해 상대방의 진술이 자신의 혐의와 직결되는 것을 여러 차례 체감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줄이기 위해 사소한 부분까지 직접 다툼을 벌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최병철)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사건 재판에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 말미에 직접 물을 게 있느냐는 재판장의 물음에 “있지만 말싸움밖에 안 될 것 같다”고 머뭇거리면서도 신 전 비서관의 증언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병기 전 국정원장에게 국정원장 특활비를 매달 500만원씩 상납받았다는 현 전 수석의 혐의를 두고 신 전 비서관이 자신이 받아서 봉투를 전달했다고 진술하자 이를 부인한 것이다. 현 전 수석은 “제 기억으론 비서실장이 챙겨주신 활동비라길래 왜 직접 주지 신 비서관을 통해 주냐 생각했고, 정무수석실 운영비로 쓰라는 건가 보다 해서 다른 비서관에게 넘겨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 전 비서관은 “제가 나가고 나서 준 것이라?(잘 모르겠다)”면서 “현 수석님과 저하고는 참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고 허망한 일이다. 사선을 넘고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사이인데 제가 사적으로 형님으로 모시는 분하고 이렇게 하는 게 부끄럽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는 (출소해) 나와있고, 수의 입으신 모습이 안타깝다. 사실은 저도 말하기 괴롭다”고 덧붙였다. 신 전 비서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가 지난 13일 만기 출소했다.

이날 재판에선 또 신 전 비서관이 거듭 “정무비서관으로 옮긴 뒤 국민소통비서관실 업무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오도성 전 국민소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제가 물어보겠다”면서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주관한 행사를 신 전 비서관이 정무비서관으로 옮긴 뒤에도 총괄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러자 신 전 비서관은 “제 기억엔 없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 말씀을 들으니까 약간 인격적으로 모독받는 느낌도 든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 오 전 행정관은 “기억이 안 나신다길래 기억을 되살려 드리려는 것일 뿐”이라면서 웃으며 맞받아쳤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의 세월호 보고조작 사건 재판에도 증인으로 나온 신 전 비서관에 대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직접 신문을 했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의 조치 내용들을 국회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서면답변을 준비한 신 전 비서관에게 “유무선 보고라는 말은 내가 하지 않았다”고 따졌고 신 전 비서관은 “미세한 부분까지 기억을 하라고 하시니 답변하기가?”라며 말끝을 흐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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