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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시아나항공 ‘불법파견’ 의혹...하청업체에 직접 업무지시

[단독] 아시아나항공 ‘불법파견’ 의혹...하청업체에 직접 업무지시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18-07-16 17:03
업데이트 2018-07-1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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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성희롱 논란과 기내식 파동 등 ‘갑질’ 논란이 불거진 아시아나항공이 하청업체를 상대로 ‘불법 파견’을 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6일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아시아나항공의 하청업체 케이알(KR)의 실질적 사용자는 원청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내용의 진정서가 접수됐다. 아시아나항공이 케이알과 도급계약을 맺고 있지만 사실상 불법파견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알은 아시아나항공 측 항공기의 정비 지원을 담당하는 하청업체로, 금호문화재단이 2015년 설립했다. 현재 아시아나 상무 출신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과 죽호학원 등이 100%의 지분을 보유한 케이(K) 시리즈 계열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원래 아시아나항공이 해오던 지상 여객, 정비 관련 업무, 수하물, 기내 청소 등의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다.

진정서에 따르면 케이알의 근로자들은 항공기 객실 정비 및 수리업무를 수행할 때 아시아나항공 소속의 정비사 등 직원들에게 상시로 업무 지시를 받아왔다. 파견법은 회사가 직접 고용하지 않은 근로자에게 일을 시키는 ‘파견’을 일부 업종에만 허용하는데 항공 관련 업무는 파견 대상이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이 하청업체들과 맺은 도급 계약에서는 원청이 아닌 하청업체가 근로자 지휘, 감독을 해야 한다. 원청은 도급계약을 맺은 협력업체에 직접 업무지휘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케이알이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상시로 업무 지시를 받았다면 불법 파견일 가능성이 크다.

케이알 측에 따르면, 케이알이 담당하는 객실 부품 수리는 대부분 아시아나항공 소속 정비사나 직원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졌다. 아시아나항공 정비담당 직원들은 필요할 때마다 부품을 지칭하고 작업지시를 한다. 노동청에 제출된 녹취록에 따르면 아시아나 직원들은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 조금 더 검토해서 알려 드릴게요”, “내가 이 작업 해달라고 말했죠.”, “알코올로 이 부품을 닦아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나항공 하청업체 케이알(KR)의 작업일지
아시아나항공 하청업체 케이알(KR)의 작업일지
작업 일지에도 케이알이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업무 지휘’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케이알의 2016년 작업일지(사진)에는 “항공기 부품을 수령해 수리한 뒤 반납해달라”는 아시아나항공 직원의 지시에 따라 케이알 직원이 시간, 부품, 수량 등을 기재하고, 작업이 끝난 뒤 원청 직원의 확인도장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해당 작업에는 부품 세척, 운반, 페인트칠 등 항공기 정비에 필수적인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에 필요한 자재와 장갑 등 유니폼을 제외한 대부분 물품도 아시아나항공에서 받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케이알 관계자는 “필요한 보호장구는 물론 장갑 등 소모품도 아시아나 직원들에게 일일이 받아 사용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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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하청업체 케이알(KR)의 안전교육 일지
아시아나항공 하청업체 케이알(KR)의 안전교육 일지
새로운 업무나 안전교육도 원청 직원들이 직접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케이알의 안전교육 일지(사진)를 보면 아시아나항공 소속 파트장이 직접 정기 안전교육을 실시한 뒤 케이알 소속 직원들에게 교육을 받았다는 확인 서명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교육에는 인공호흡, 안전 보건, 작업장 정돈까지 근로자의 안전에 관련된 것부터 작업장 환경에 관한 것까지 포함된다.

이경석 노무사는 “정비와 관련된 업무들을 세분화해 하청업체에게 맡기고 있는데 이 업무들은 파견 허용 업종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도급 형식 띠고 있지만 아시아나의 불법파견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청이 근로감독 후 불법파견으로 결론지으면 아시아나항공은 직접고용 의무를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아직 근로감독에 나서지 않은 상황이다. 노동청 관계자는 “해당 진정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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