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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만한 아우 없다”

최병규 기자
입력 2018-07-11 21:02
업데이트 2018-07-1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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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코치 앙리, 佛감독 데샹과 포옹…1998년 우승 때 캡틴과 막내로 호흡

‘조국’ 프랑스에 무릎을 꿇은 벨기에 축구대표팀의 수석코치 티에리 앙리(41)의 표정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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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에리 앙리(왼쪽)가 11일 러시아월드컵 4강전을 마친 뒤 1998년 우승 때 선배였던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과 축하의 포옹을 나누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AFP 연합뉴스
티에리 앙리(왼쪽)가 11일 러시아월드컵 4강전을 마친 뒤 1998년 우승 때 선배였던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과 축하의 포옹을 나누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AFP 연합뉴스
11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러시아월드컵 4강전이 프랑스의 1-0 승리로 끝난 뒤 관중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벨기에 벤치에서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앙리에게 쏠렸다. 벨기에는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무려 32년 만에 4강에 오르고도 끝내 사상 첫 결승 진출의 꿈을 접고 말았다.

앙리는 경기 내내 선수들에게 작전을 전달하며 벨기에의 선전을 빌었지만 ‘프랑스대표팀 후배’ 사뮈엘 움티티의 결승골을 지켜보며 허망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앙리는 프랑스가 배출한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다. 1997년부터 수탉이 그려진 프랑스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123경기에 나서 51골을 터뜨렸다. 역대 프랑스 A매치 최다골 기록이다. 앙리는 또 프랑스 축구의 전성기를 대변하는 ‘아트사커’의 중심축이었을 뿐만 아니라 258경기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역대 최다골인 175골을 뽑아낸 ‘아스널의 신’으로도 불린다.

2016년 8월 앙리는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의 요청을 받아들여 벨기에 대표팀 수석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에덴 아자르(첼시), 로멜루 루카쿠(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황금세대’로 성장한 스쿼드가 지도자로 변신한 앙리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다. 물론 2012년부터 프랑스 대표팀을 이끌어 온 디디에 데샹(50) 감독이 자신을 부르지 않았던 것도 벨기에를 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조국’ 프랑스가 이겼지만 앙리는 웃을 수 없었다. 움티티의 결승골이 들어가고 패배가 굳어지자 앙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기도 했다.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끝내 패배가 확정되자 그는 데샹 감독과 포옹하며 승리를 축하했다.

이 포옹의 의미는 적장과 패장 사이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데샹 감독은 자국에서 열려 프랑스가 유일하게 월드컵 우승을 신고한 1998년 대회 당시 필드플레이어 10명을 지휘하던 수비형 미드필더이자 주장이었다.

반면 당시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앙(1부리그)에서 5년째 뛰고 있던 앙리는 대표팀의 ‘막내’였다. ‘형보다 나은 아우는 없다’고 했던가. 그러나 앙리는 이내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와 프랑스 대표팀 후배들을 일일이 다독이면서 축하 인사를 건넸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8-07-1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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