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엄 문건까지 작성한 기무사 존치해야 하나

[사설] 계엄 문건까지 작성한 기무사 존치해야 하나

입력 2018-07-08 22:44
수정 2018-07-08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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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작성한 위수령 발령과 계엄 선포 검토 문건은 충격을 넘어 공포스럽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가 지난 5, 6일 잇따라 공개한 문건에는 탄핵 기각을 전제로 대규모 시위 진압을 위해 서울 시내에 탱크 200대와 장갑차 550대, 특전사 1400명 등을 동원하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언론 통제와 정부 부처 장악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담겨 있다. 1980년 5월 신군부의 비상계엄령을 연상케 하는 문건이어서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천만다행 실행되지 않았다고 해도 문건 작성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불가피하다.

지난 2일 국방부 사이버 댓글 사건 조사 TF가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등 민간인 사찰과 여론 조작 정황을 공개한 데 이어 촛불 진압 계엄 문건까지 드러나면서 이런 기무사가 더이상 존재할 이유가 있느냐는 근본적인 회의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기무사가 그 전신인 보안사 때부터 지속적으로 자행해 온 민간인 사찰과 정치 개입 등 온갖 일탈과 논란을 고려하면 아직까지 조직이 해체되지 않고 건재하다는 점이 오히려 이해가 안 될 정도다.

기무사는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자체 개혁안을 발표하고, 자정 노력을 약속했다. 하지만 매번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미봉책에 불과했다. 지난 5일 내놓은 개혁안도 인적 쇄신 없이 내부 고발 기구인 인권보호센터와 외부 감시 기구인 민간 인권위원회 설치 수준에 그쳐 면피성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국방부가 지난 5월부터 가동한 기무사 개혁TF도 ‘셀프 개혁’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계엄 문건 작성 당시 기무사 처장이었고, 세월호 TF에도 참여했던 소강원 참모장이 한 달 넘게 기무사 개혁 TF 위원으로 버젓이 활동하다 논란이 일자 어제 뒤늦게 해촉된 사실은 어처구니가 없다.

민주당이 기무사 개혁을 적폐청산의 주요 과제로 삼아 ‘해체 수준의 전면 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본다. 조직과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외부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반복되는 민간인 사찰을 차단하기 위해선 기무사의 정보 수집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군의 정치 관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을 만들어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야당도 기무사 개혁에 적극 동참해 본연의 임무인 보안과 방첩 전문기관으로 환골탈태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2018-07-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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