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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윔블던… 마음은 월드컵

몸은 윔블던… 마음은 월드컵

최병규 기자
입력 2018-07-08 22:48
업데이트 2018-07-0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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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흥행 뺏긴 윔블던 대회

스웨덴과 8강전 때 코트 썰렁
찰턴 경 나달 경기 중 자리 비워
조직위, 관중석 축구 시청 금지
상위 랭커 조기 탈락 속출도 한몫
8일 윔블던 테니스대회가 열리고 있는 런던 올잉글랜드클럽 미디어센터에서 취재진들이 벽에 걸린 TV를 통해 중계되는 잉글랜드-스웨덴의 러시아월드컵 8강전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벽에 걸린 큰 사진의 주인공은 2015년 대회에서 준우승한 스페인의 가르비녜 무구루사.  런던 로이터 연합뉴스
8일 윔블던 테니스대회가 열리고 있는 런던 올잉글랜드클럽 미디어센터에서 취재진들이 벽에 걸린 TV를 통해 중계되는 잉글랜드-스웨덴의 러시아월드컵 8강전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벽에 걸린 큰 사진의 주인공은 2015년 대회에서 준우승한 스페인의 가르비녜 무구루사.
런던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회가 가장 껄끄러운 운동 종목이 있다면 테니스, 그것도 시즌 세 번째 메이저 잔치를 벌이고 있는 윔블던 테니스대회일 것이다. 두 거대 이벤트의 대회 기간이 겹치기 때문이다.

영국은 ‘축구 종가’이기도 하지만 테니스에 관한 한 어느 나라보다도 자존심과 콧대가 세다. 세계랭킹을 처음 매긴 1877년부터 30년 동안 톱랭커는 전부 영국 선수들이었다.

러시아월드컵 결승전은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15일 자정(이하 한국시간) 시작된다. 2주 동안 달려온 132회 윔블던대회의 대미는 남자단식 결승이 장식하는데, 축구 결승보다 2시간 앞서 시작해 줄잡아 세 시간 이상을 뛰게 된다.
코트를 빠져나와 휴대전화로 중계를 보는 관중들.  윔블던 로이터 연합뉴스
코트를 빠져나와 휴대전화로 중계를 보는 관중들.
윔블던 로이터 연합뉴스
윔블던대회 조직위원회로서는 난감할 노릇이다. 조직위는 러시아월드컵 시작 두 달 전부터 대회 기간를 조정해 달라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읍소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더욱이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이 8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자 조직위의 표정은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며 곤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이날 “잉글랜드와 스웨덴의 8강전이 열린 시간 윔블던 센터코트에 빈자리가 한꺼번에 생겨났다”고 보도했다. 좌석 가격은 102 파운드(약 15만원)로 비싼 편이 아니었지만 빈자리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조직위가 관중석에 앉아 모바일 기기로 축구 중계를 보는 것을 금지하면서 빈자리가 더 많아졌다고 데일리 메일은 분석했다. 테니스 경기의 특성상 관중석의 정숙함이 필수인 탓에 조직위는 이번 대회 관중석에서의 축구 중계 시청을 금지했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우승 주역인 보비 찰턴(오른쪽) 경이 부인 노마(왼쪽)와 함께 센터코트 관중석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알렉스 데 미노르(호주)의 윔블던테니스 3회전을 관전하고 있다. 윔블던 AFP 연합뉴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우승 주역인 보비 찰턴(오른쪽) 경이 부인 노마(왼쪽)와 함께 센터코트 관중석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알렉스 데 미노르(호주)의 윔블던테니스 3회전을 관전하고 있다.
윔블던 AFP 연합뉴스
월드컵 파고는 영국이 자랑하는 원로 축구인도 피해가지 못했다. 이날은 1966년 영국월드컵 당시 우승 멤버였던 보비 찰턴(81) 경이 로열박스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알렉스 데 미노르(호주)의 경기를 끝까지 관전했다.

그러나 데일리 메일은 “찰턴 경은 잉글랜드 대표팀의 축구경기 시작된 지 30분 만에 로열박스 자리를 비웠다가 잉글랜드가 두 골을 넣은 뒤에 돌아왔다”고 전했다.

조직위의 고민은 상위 랭커들의 ‘조기 탈락’이 속출하면서 더욱 깊어졌다. 여자단식은 상위 시드 10개 가운데 카롤리나 플리스코바(8위·체코) 한 명만 16강에 올랐다. 오픈시대 시작인 1968년 이후 메이저대회에서 이런 일은 없었다. 남자단식 역시 상위 10개 시드 중 절반인 5명만 16강에 올랐다.

만약 잉글랜드가 결승까지 오를 경우 올해 윔블던은 월드컵과 스타급 선수들의 조기 탈락이 겹치면서 사상 초유의 빈 결승 관중석 사태를 맞을 지도 모를 일이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8-07-0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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