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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생생 리포트] 학생 고발로 쫓겨나는 中 교사들

[특파원 생생 리포트] 학생 고발로 쫓겨나는 中 교사들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18-06-22 17:42
업데이트 2018-06-2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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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서 공산주의 비판 발언한 교사들, 공산당 당적 박탈·정직·해고 등 중징계

학생 신고 늘자 온라인서도 찬반 양론

“유 교수님, 우리와 함께 탄카키학원에 남아 주세요.”

중국 명문 샤먼대 탄카키학원의 학생들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유성둥(尤盛東·71) 교수의 해고 반대 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 16일 수백 명의 학생들이 강의실이 모자라 심지어 복도에 서서 마지막 강의를 경청하는 것으로 유 교수는 끝내 교단을 떠나야만 했다. 평소 개방적이고 용감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유 교수가 대학에서 해고당한 이유는 그가 강의실에서 했던 발언을 일부 학생들이 학교에 신고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해고 사유가 된 유 교수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2014년 10월 중국 교육부는 교육자들의 도덕·윤리에 관한 7가지 규제 정책을 제정했다. 교사들은 국가 이익 위배, 표절, 부패, 성희롱, 당규 위반 등의 행위를 하면 강등되거나 해고될 수 있다. 지난해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베이징대, 칭화대 등 14개 명문대에 대해 검사를 벌인 결과 많은 교수가 이념 업무에 대한 책임을 완수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2016년 천바오성(陳寶生) 중국 교육부장(장관)은 중국공산당 국가기관공작위원회가 펴내는 잡지인 ‘쯔광거’(紫光閣)에 “교육은 당 이념 작업의 선두에 있다”며 “적은 먼저 우리의 대학에 잠입한다”라고 썼다. 대학도 당의 교육 정책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형식적으로만 따른다면 비난받아야 한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베이징대 토목공학 및 건축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쉬촨칭 교수는 지난 4월 학생들이 위챗에 올린 게시물 때문에 처벌을 받았다. 학생들은 쉬 교수가 일본이 중국보다 낫다고 강의 도중 말했다고 했지만 그녀는 혐의를 부인했다. 쉬 교수는 “강의 도중에 많은 학생이 휴대전화를 보고 있기에 열심히 공부했던 한 일본 학생을 본보기로 이야기했다”며 “만약 너희들이 공부하지 않으면 일본이 중국보다 뛰어난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중난대의 한 교수도 학생들의 고발 때문에 공산당 당적을 박탈당했다.

고등학교 교사들도 엄격한 당국의 도덕 규율 적용에 예외가 아니다. 올해 초 난징의 진링고에서는 정치 담당 교사가 공개적으로 사회주의 국유경제를 비판하고 국가소유경제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발언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았다.

예전에는 교사들이 인터넷에 올린 게시물 때문에 처벌받았지만 최근에는 학생들의 고발로 강단에서 쫓겨나기까지 한다는 점이 새로운 현상이다. 학생들이 교사를 고발하는 건수는 점점 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엇갈린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교실은 공적인 장소이고 교사들은 교육적 목적에 맞는 발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학생들은 교사에게 의견을 말하거나 비난할 수 있지만 사건의 심각성을 과장하고 교수에게 딱지를 붙이는 것은 안 된다”고 우려했다. 산둥사범대와 같은 몇몇 대학에서는 학과당 한 명의 학생이 교수의 강의 계획과 내용, 교수 방법과 태도 및 강의 내용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점점 중국 교단에서의 자유로운 발언을 옥죄는 눈초리가 매서워지고 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2018-06-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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