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의 혈투… 한국·멕시코전 관전 포인트 3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4일 0시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멕시코와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을 벌인다. 20년 전의 ‘개구리 점프’ 수모를 설욕하느냐, 잦은 실험으로 인기를 잃었던 두 사령탑의 지략 대결, 이름값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두 수문장의 다툼 등 관전 포인트를 세 갈래로 잡았다.한국 축구 대표팀 골키퍼 조현우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 스파르타크 훈련장에서 훈련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연합뉴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의 역대 A매치 전적에서도 6승2무4패로 앞섰다.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뼈아팠던 기억이 1998년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1-3 역전패를 당한 일이다. 전반 27분 하석주의 왼발 프리킥 선제골로 앞섰지만, 하석주가 3분 뒤 백태클로 퇴장당한 뒤 내리 세 골을 내줬다. 특히 당시 멕시코 대표팀의 스타 플레이어였던 콰우테모크 블랑코가 두 발 사이에 공을 끼우고 ‘개구리 점프’로 수비진을 농락한 것은 한국 축구 수모의 한 장면으로 지금도 깊이 남아 있다.
팀 조직력, 개인기, 스피드, 체력 등 모든 객관적인 지표에서 한국은 멕시코 발끝에 한참 못 미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멕시코가 다소 급하게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공수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약점이 있다. 그 허점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스웨덴전 때 수비라인을 내렸던 것보다 더 높은 지점에서 조직적인 압박을 통해 멕시코의 공격을 끊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스웨덴전에서 윙백에 가깝게 뛰었던 손흥민에 대해 “한쪽 공간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가급적 골문과 가까운 곳에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투톱으로 내세우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2. 인기 없는 vs 없었던 감독
연합뉴스
신 감독은 무리한 전술 실험을 남발해 전력 완성도를 떨어뜨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콜롬비아 출신의 ‘공부하는 감독’ 오소리오도 끊임없는 선수 로테이션과 낯선 포메이션 시도로 원성을 샀다. 22경기 무패를 이어가던 멕시코가 2016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칠레에 0-7로 짓밟히자 오소리오 감독은 사퇴를 요구하는 팬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조별리그 1차전은 둘의 희비를 갈랐다. 오소리오 감독은 우승 후보 독일을 1-0으로 꺾어 팬들의 비난을 잠재웠고, 신 감독은 김신욱(전북),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을 스리톱으로 세우고도 스웨덴에 0-1로 져 위기를 키웠다.
신태용호가 이날 멕시코에 지고 3시간 뒤 킥오프하는 경기에서 스웨덴이 독일과 비기면 곧바로 16강행이 좌절된다. 따라서 승점 3을 반드시 따려고 공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신 감독은 손흥민의 역량을 극대화할 ‘신의 한 수’를 찾으면서 동시에 멕시코의 막강 화력을 견뎌낼 수비 강화에 열중해야 한다. 파격보다 검증된 최고의 포메이션으로 나서야 할 상황이다. 김대길 KBS 해설위원은 “오소리오 감독이 우리 왼쪽 수비를 집중 공략할 것이 예상돼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3. ‘거미손’ 조현우 vs 오초아
타스 연합뉴스
멕시코의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가 지난 18일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독일전에서 상대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낸 뒤 관중의 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모스크바 타스 연합뉴스
멕시코를 넘으려면 오초아의 틈을 노려야 하는데 우리 공격력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비디오판독(VAR), 자책골 등 뜻하지 않은 변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포기하면 안 된다.
한국 수문장으로는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선방 쇼를 펼친 조현우의 투입이 유력하다. 역대 월드컵에서 1차전 장갑을 낀 수문장이 끝까지 골문을 지키는 일이 많았다. 기세가 오른 조현우 대신 다른 선수를 투입했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감당하기 힘든 비난이 쏟아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로스토프나도누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2018-06-22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