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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아침 우뜨라 라시야] 러시아에 뜬 ‘축구 한류’… “신 감독님 카리스마에 반했어요”

[러시아의 아침 우뜨라 라시야] 러시아에 뜬 ‘축구 한류’… “신 감독님 카리스마에 반했어요”

임병선 기자
입력 2018-06-18 18:04
업데이트 2018-06-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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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자원봉사자들의 한국 사랑

“한달음에 모스크바에서 달려왔어요. 한국말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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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3세 러시아 대학생 유리 박(왼쪽)과 러시아인 마르타 보차르니코바가 18일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러시아월드컵의 봉사요원으로 활동하던 도중 자신의 출입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고려인 3세 러시아 대학생 유리 박(왼쪽)과 러시아인 마르타 보차르니코바가 18일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러시아월드컵의 봉사요원으로 활동하던 도중 자신의 출입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고려인 3세 러시아 대학생 유리 박(21)은 18일 스웨덴과의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을 하루 앞두고 감독과 대표 선수 기자회견 취재 때문에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의 기자회견장에 드나드는 한국 취재진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첫눈에 한핏줄임을 알아본 것이고 그가 건넨 우리말 인사 “안녕하세요”에 경상도 뉘앙스가 풍겼기 때문이었다.

그는 원래 사할린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변호사로 일한다고 했다. 어렸을 때 모스크바로 옮겨와 대학을 다니고 있다.

올해 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러시아 선수단 안내를 했다고 했다. 월드컵이 열린다길래 자원봉사를 신청했는데 모스크바의 두 곳 경기장에서는 한국어를 쓸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유럽이나 남미, 아랍 사람만 상대하다 보니 뭐하나 싶었다. 그래서 한국과 스웨덴 경기가 열리는 니즈니노브고로드에 가서 일하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받아들여 주었다. 해서 어젯밤 자동차로 여기까지 달려왔다”며 웃었다.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500㎞ 떨어져 있으니 많은 시간 운전하느라 힘들었을 것 같은데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어제 도착해 처음 인사를 나눴는데 다들 너무 좋으신 분들이고 이렇게 한국 취재진을 만나 마음 놓고 우리말을 할 수 있으니 정말 좋다. (한 기자에게) 경상도 분이시죠? 어머니가 부산 출신이라 집에서 사투리를 쓰는데 오랜만에 쓰니 억수로 반갑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2년 뒤 한국 해병대 근무를 자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중 국적이라 러시아 병역 문제는 따로 해결해야 한다”고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왜 한국 해병대 근무를 자원하려 하는지 묻자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제가 이 전화와 같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미국 애플이 하고, 반도체는 삼성 것을 쓰고, 제작은 중국에서 한 것처럼. 하지만 핏줄은 속일 수 없어 이번 대회 러시아와 한국이 격돌하게 돼도 한국을 응원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뜻밖의 얘기를 들려줬다. “모스크바에서 자원봉사할 때 북한 기자를 한 분 뵀다. 많이 놀라 몇 번이나 확인했다. 그런데 혹시 내일(18일) 스웨덴전 보려고 여기 오시는 건 아닐까”라며 정말 궁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유리를 반갑게 맞아준 자원봉사자 가운데 하루 만에 남매처럼 친해진 러시아인 자원봉사자 마르타 보차르니코바(25)가 있다. 평창에서는 모르고 지냈는데 둘이 평창에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보차르니코바는 시베리아 중심지인 톰스크 정치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하고 이제 한국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1년간 다녀오기도 했다. “다들 아시다시피”와 같은 관용적인 표현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는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안내하면 한국 취재진이 깜짝 놀란다고 했다.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탤런트 박신혜를 꼽았다. 좋아하는 한국 축구선수를 물었더니 “선수 말고는 안 되나. 신태용 감독님을 좋아한다. 어느 날 텔레비전 중계로 선수들 앞에서 몸소 시범을 보이는 모습을 보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반했다”라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숙소까지 일행을 태워준 택시 기사 세르게이는 “이 도시에 한국 사람이 많이 산다. 다들 좋은 친구들이다. 그런데 북한 사람도 적지 않게 산다. 그들도 모두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끝에 뭔가 뇌까렸는데 러시아어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남과 북이 스스럼없이 어울려 월드컵을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bsnim@seoul.co.kr
2018-06-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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