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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패싱’ 심화에 북미 회담이 걱정되는 日

‘재팬 패싱’ 심화에 북미 회담이 걱정되는 日

김태균 기자
입력 2018-06-04 22:46
업데이트 2018-06-05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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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언론 “북·미 협상 추이에 당혹” 전문가들 ‘美 올인 외교’ 원인 지적 일부선 “유연한 대응 못했다” 비판

“비핵화는 어중간한 반쪽짜리가 되고,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도 북·일이 직접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면 일본에 매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일본 정부 관계자)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일본이 배제되는 이른바 ‘재팬 패싱’ 논란 속에 오는 12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자국에 최악의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본에서 제기되고 있다. ‘악몽의 시나리오’에 대한 두려움은 이러한 정부 관계자의 말에 잘 녹아 있다.

도쿄신문은 지난 3일 ‘일본 정부 곤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대한의 압박’을 철회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부 내에 당혹감이 퍼지고 있다”며 급변하는 북·미 협상 추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근심을 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그동안 굳게 믿어 왔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여러 차례 소외되는 굴욕을 당해 왔다. 모든 외교적 자원을 미국에 쏟아붓다시피 해왔음에도 지난 3월 북·미 정상회담 개최 발표조차 미국으로부터 사전통보를 받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핵·미사일 협상 일괄타결’과 ‘최대한의 압박’이라는 양국 공동 목표에서 사실상 이탈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미국을 따라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정책을 취해 왔는데, 갑자기 미국은 사라지고 일본만 남은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일본이 좀더 적극적이고 유연한 자세로 최근 상황에 대응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일부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현재의 상황이 일본이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주장한다. 외무성 관계자는 “일본이 지금까지 뭘 어떻게 했더라면 ‘재팬 패싱’이라는 말이 안 나오고 대처를 잘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아베 정권의 ‘미국 올인’ 외교를 현 상황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의견이 많다.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하면서 아베 총리가 미국을 향해 이전에 비해 적극적인 외교 행보를 펼칠 때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노력의 결실’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일본은 어떠한 노력을 했어도 전체 판세에 영향을 주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아베 총리 스스로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다만 자신이 외교적인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이미지로 각인시키고 싶은 목적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일본이 직접적인 협상의 당사국이 아닌 상황에서 대북 제재 조치의 완화나 단계적 비핵화 가능성을 언급한다든지 하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며 북·미 협상 추이를 지켜보며 향후 대응책을 결정한다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예측을 불허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에서 비롯될 우발적 상황에 대해서까지 일본이 대비책을 갖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18-06-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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