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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시대 30년 종언…한국정치를 지배할 3대 프레임

좌우시대 30년 종언…한국정치를 지배할 3대 프레임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8-06-01 20:30
업데이트 2018-06-02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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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프레임 전쟁이 온다/박세길 지음/추수밭/440쪽/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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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프레임 전쟁이다. 어떤 프레임을 만들고 대중들에게 얼마나 심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역대 대통령 선거는 이런 프레임 전쟁을 여실히 보여 준다. 사진은 2017년 4월 강원 원주시 중평길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한 유권자와 포옹하고 있다.
정치는 프레임 전쟁이다. 어떤 프레임을 만들고 대중들에게 얼마나 심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역대 대통령 선거는 이런 프레임 전쟁을 여실히 보여 준다. 사진은 2017년 4월 강원 원주시 중평길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한 유권자와 포옹하고 있다.
1987년 12월 대통령 선거. 국민 대부분은 민주화 세력을 대표하는 김영삼과 김대중 가운데 한 명이 후보로 출마하면 확실하게 이기는 싸움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양 김씨가 모두 출마하면서 노태우가 어부지리로 당선됐다. 다음해 4월 벌어진 총선. 평화민주당, 통일민주당, 민주정의당, 신민주공화당의 ‘4당 체제’가 형성됐다. 대선도, 총선도 맘대로 되지 않자 김영삼은 다급해졌다. 4당 체제에서 대통령이 되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는 결국 1990년 김대중의 평화민주당을 제외한 ‘3당 합당’을 성사시킨다. 박정희가 썼던 ‘반(反)호남 지역연합’을 내걸었다. 3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김영삼 대세론’을 펼쳤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재산 공개와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 축출을 통해 자신의 행보를 정당화했다. 3당 합당과 군사독재 잔재를 털어내는 정치적 세탁 과정에 이르기까지 김영삼이 만든 프레임은 큰 힘을 발휘했다. 이 과정을 거쳐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한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 산업화를 주도하며, 민주화의 성과를 적극 흡수한다’는 기치를 내건 정치세력, 한국의 ‘보수’는 이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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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프레임 전쟁이다. 어떤 프레임을 만들고 대중들에게 얼마나 심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역대 대통령 선거는 이런 프레임 전쟁을 여실히 보여 준다. 사진은 1990년 1월 22일 김영삼(왼쪽)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가 노태우 민정당 총재, 김종필 공화당 총재와 함께 3당 합당을 전격 발표한 뒤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치는 프레임 전쟁이다. 어떤 프레임을 만들고 대중들에게 얼마나 심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역대 대통령 선거는 이런 프레임 전쟁을 여실히 보여 준다. 사진은 1990년 1월 22일 김영삼(왼쪽)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가 노태우 민정당 총재, 김종필 공화당 총재와 함께 3당 합당을 전격 발표한 뒤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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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프레임 전쟁이다. 어떤 프레임을 만들고 대중들에게 얼마나 심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역대 대통령 선거는 이런 프레임 전쟁을 여실히 보여 준다. 사진은 2013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행사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정치는 프레임 전쟁이다. 어떤 프레임을 만들고 대중들에게 얼마나 심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역대 대통령 선거는 이런 프레임 전쟁을 여실히 보여 준다. 사진은 2013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행사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프레임은 사람들이 어떤 입장을 갖게끔 여러 명제를 연동시키는 내용의 구조물이다. 크기와 모양이 없는 고도로 신축적인 개념이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여론 지형에 정착하면 사람들 무의식에 깊숙이 자리한다. 정치는 프레임 전쟁이다. 누가 더 많이 사람의 뇌 속에 자신의 프레임을 심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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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한국정치는 프레임 전쟁 과정이었다. 김영삼이나 김대중은 가히 프레임 전쟁의 대가였다. 이명박은 앞서 김대중, 노무현 진보세력 10년에 맞서 박정희 시대 ‘산업화 신화’ 프레임을 내걸어 대통령이 됐다. 박근혜는 집권 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해 김기춘의 블랙리스트 등 ‘좌우’ 프레임으로 몰락을 자초했다.

‘두 번째 프레임 전쟁이 온다’의 저자 박세길은 바로 지금이 ‘새로운 프레임 전쟁이 시작되는 시점’이라 주장한다. 민주화 운동세력의 필독서로 불린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돌베개)를 냈던 그는 앞선 30년을 ‘진보 대 보수’, ‘노동 대 자본’, ‘북한 대 남한’ 등 적대적인 양자 프레임 구도로 해석했다. 그는 이 ‘첫 번째 프레임’이 2017년 촛불 시민혁명으로 종식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앞으로 30년 동안 새로운 시대를 이끌 ‘두 번째 프레임’ 전쟁도 예고했다. 두 번째 프레임의 핵심은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체제 구축’, ‘개인의 창조적 역량에 기초한 상생의 경제 생태계 형성’이다.

저자의 말대로 첫 번째 프레임의 붕괴 조짐은 곳곳에서 보인다. 지금까지 한반도 냉전 핵심축은 미국과 북한 간 적대관계로 형성됐다. 북한의 핵개발은 이러한 적대관계의 지속이 빚어낸 부산물이었다. 그렇다면 북·미관계 변화를 중심으로 한 적대관계 청산은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일 수 있다.

바꿔 말해 북한이 더는 핵무장에 집착할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이야말로 북핵 문제 해결의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북핵 문제는 위기인 동시에 한반도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가 된다.

저자는 다만 경제 문제에서 진보 세력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에 진보세력 다수가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면서 정권을 뺏긴 점에 주목했다. 문재인 정부가 다시 정권을 잡았지만, 제대로 된 경제 정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와 관련, 향후 30년 동안 벌어질 프레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세 가지 필승 프레임도 제시했다. ‘사람 중심 대 자본 중심’, ‘수평 대 수직’, ‘생태계 대 포식자’ 프레임이다. 이를 재빨리 파악하고,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진보와 보수의 운명도 크게 달라질 것이란 이야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8-06-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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