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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부상한 ‘트럼프 모델’, 실체는 뭘까…北거론 ‘새 대안’ 주목

급부상한 ‘트럼프 모델’, 실체는 뭘까…北거론 ‘새 대안’ 주목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5-17 10:55
업데이트 2018-05-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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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북미회담 무산 엄포에 미 정부 “특정모델 안 따른다” 진화

백악관이 16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해법으로 제시한 이른바 ‘트럼프 모델’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리비아 모델’에 선을 그으며 내놓은 이 해법이 과연 의미있는 실체를 가진 ‘비장의 카드’인지, 아니면 당장 협상이 깨질 위기를 모면하려는 차원의 ‘레토릭’인지를 놓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線) 비핵화-후(後) 보상·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한 리비아 모델에 대해 “나는 그것(리비아 모델)이 (정부 내) 논의의 일부인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해진 틀(cookie cutter)은 없다”며 “이것(북한 비핵화 해법)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샌더스 대변인의 입을 통해 처음으로 선을 보인 ‘트럼프 모델’은 그동안 미국이 유력히 검토해온 리비아 모델에 대해 북한이 공개 반발하며 북미정상회담 무산 가능성까지 언급한 뒤에 등장했다.

바꿔말해 리비아 모델을 갈음하는 일종의 ‘대안’인 셈이다.

리비아 모델은 2003년∼2005년 리비아 카다피 정권이 자발적으로 핵 포기를 선언하고 단기간 내에 관련 절차를 마무리한 사례를 말하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책사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신봉’해온 해법이다.

그는 지난 9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미 언론 인터뷰에서 북학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리비아 모델을 많이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 리비아 모델을 토대로 북핵 해법을 검토하고 있음을 공식화했다.

이 모델의 핵심은 북한이 먼저 신속하게 핵 폐기 절차를 마무리한 이후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이 보상과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것으로, ‘일괄타결식 해법’의 대표적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영국의 중재로 핵 포기 선언을 한 리비아가 선언 직후 즉각 핵시설 공개와 포기 절차에 들어간 데 대해 미국은 리비아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약속하고 관계 정상화와 경제지원으로 보답했다.

현재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정부가 줄곧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 해법의 핵심도 바로 신속하과 과감한 ‘일괄타결식’ 핵폐기라는 점에서 점에서 리비아식 해법을 닮았다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문제는 협상 파트너인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리비아식 해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김 제1부상은 담화에서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 고위 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하는 주장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 격분을 금할 수 없다”며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는 “핵포기 없이는 보상 없다”는 미국의 일관된 입장에 대해 북한 역시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흔히 ‘리비아 모델’하면 카다피의 비참한 최후가 연상된다는 점도 북한을 자극했을 수 있다.

북한은 비핵화 해법으로 ‘단계적·동시적 조치’ 혹은 ‘행동 대 행동’을 요구하며 비핵화의 단계적 이행, 또 이행에 상응하는 쌍방간의 동시적 조치를 강조해 온 반면, 미국은 비핵화 단계별로 보상을 하는 과거의 방식은 따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이처럼 단계별 비핵화냐, ‘빅뱅’식(일괄타결) 비핵화냐의 문제를 놓고 북미 양측이 간격을 좁혀나가지 못한다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국이 “특정 모델을 따르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모델을 거론한 것은 북미회담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외교적 수사 차원에서 언급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백악관 대변인이 언론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언급한 해법이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알맹이를 갖춘 새로운 모델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에게 역사적 기회로 찾아온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파국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무조건적으로 ‘일괄타결’ 방식을 밀어붙이지 않고 적절한 타협지점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리비아식이든 뭐든 규정된 방식에 대해서 미국은 독창적 방식으로 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이 말하는 ‘트럼프 모델’이란 기존의 리비아 방식을 뼈대로 하되, 다른 나라의 과거 핵포기 사례, 즉 카자흐스탄과 남아공 모델 등을 혼용해 북한 실정에 맞도록 설계한 ‘맞춤형 모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큰 틀의 목표와 방향을 놓고는 일괄타결을 하되, 단계별 이행과 보상조치를 ‘압축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행조치의 경과에 따라 제재완화 등 부분적인 보상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6개월 내에 핵무기 일부를 해외로 반출하면 미국이 ‘테러지원 국가’ 지정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아사히신문은 17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사전협상에서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와 핵 관련 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일부를 반년 안에 해외로 반출할 것을 요구했고, 만약 북한이 이를 수용하면 테러지원국가 지정 해체를 검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북한 측은 지난 1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동 내용을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는데, ‘새로운 대안’이 바로 이같은 제안으로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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