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의 감춰진 두 쪽 풀었더니, 야한 농담도

입력 : ㅣ 수정 : 2018-05-16 14:15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나치 홀로코스트에 희생된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의 일기책 가운데 갈색 종이를 붙여 사람들이 못 읽게 만든 두 쪽의 내용이 마침내 드러났다. 야한 농담과 성에 대한 생각이 가감 없이 담겨 눈길을 끌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안네 프랑크 하우스 뮤지엄의 로날드 레오폴드 등은 이미지 촬영 기법을 통해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 남아 딸이 숨진 2년 뒤 일기를 세상에 내놓은 아빠가 애써 감추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 두 쪽 내용을 파악했다고 영국 BBC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안네는 13번째 생일 선물로 일기책을 받은 한달 뒤인 1942년 7월 5일 아빠의 사무실 다락방에 가족들, 친구 판펠스 등과 은신 생활을 시작해 2년 뒤에 나치에 발각됐다. 그렇게 오래 숨어 지낼 수 있었던 이유나 어떻게 발각됐는지는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그녀는 종전되던 1945년 나치 죽음의 수용소에서 병으로 죽었다.

문제의 두 쪽은 은신 생활에 들어간 지 두달 정도 뒤인 1942년 9월 28일 작성됐다. 그녀는 “이 망친 쪽을 야한 농담으로 채울 것”이라고 적었다. 수십 군데 줄을 그은 문장들이 있었고, 그녀가 알고 있는 네 가지 야한 농담을 휘갈겨 적었다. 그렇다고 시쳇말로 음담패설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너, 독일 국방군 소녀들이 왜 네덜란드에 온 줄 아니? 병사들의 매트레스로 쓰려고”, 이런 수준이었다. 성교육에 대한 내용도 12줄 정도 포함됐는데 마치 자신이 다른 이에게 말을 건네는 식으로 적었고, 일기의 다른 곳에서 아빠가 자신에게 들려줬다고 소개했던 창녀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분명 여느 또래 소녀들을 뛰어넘는 조숙함과 문학에 대한 자질을 조금은 드러내 보였던 것이다.
성매매에 관한 것도 있었다. 안네 프랑크는 “정상적인 남성이라면 누구나 거리에서 말을 걸어오는 여성들과 관계를 맺는다”며 “파리에는 그걸 위한 커다란 집들이 있고, 아빠도 거기에 간 적이 있다”고 적어 놓았다. 다른 한 편에는 “추한 아내를 둔 남자가 아내와 관계를 기피한다고 하자. 그가 저녁에 돌아와 자기 친구와 아내가 침대에 있는 것을 본거야. 그러면 그 남자는 ‘저 사람에게는 기회이고 나에게는 의무이구나’ 그러겠지”라고 적었다.


레오폴드는 “안네 프랑크는 애교스럽게 성에 대해 일기를 썼다”며 “모든 또래처럼 그녀도 이 주제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2016년에 새로 입수한 사진들을 제공해 이번에 감춰진 내용들을 해독하는 데 도움을 준 프랑크 판브리 니오드 재단 국장은 “이번에 드러난 쪽들을 읽은 이라면 누구나 미소 짓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뮤지엄도 이 내용을 공개할지 여부를 적잖이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안네도 비밀을 간직하고 싶어 했을 것이란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있어 상당한 학문적 관심을 끌 수 밖에 없으며 이 내용이 공개되더라도 그녀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엄은 성명을 통해 “수십년 넘게 안네는 홀로코스트의 세계적 상징으로 성장했다. 그러면서 소녀로서의 안네는 갈수록 뒷배경으로 물러나고 있었다”며 “글자 그대로 커버를 벗은 텍스트들은 호기심 많고 조숙한 소녀의 이미지를 다시 전면에 드러내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