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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남북 경제공동체’ 시대를 맞이하려면/이승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장

[시론] ‘남북 경제공동체’ 시대를 맞이하려면/이승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장

입력 2018-04-26 20:52
업데이트 2018-04-2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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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장
이승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장
북한의 제7기 3차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는 매우 파격적이다.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 선언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북한이 이른바 ‘핵·경제 병진노선’ 대신 국가의 모든 사업에서 경제를 우선시하는 ‘경제건설총력집중노선’을 제기한 것이다.

북한 건국 이래 3대에 걸쳐 고수해 왔던 국방·경제 혹은 핵·경제 ‘병진노선’의 폐기는 북한 역사상 가장 큰 노선 변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민경제 활성화, 자립적·현대적 사회주의 경제, 과학기술과 교육 중시 등을 강조한 김정은의 경제총집중노선은 내용과 의미에서 중국 개혁개방의 전환점이 됐던 1978년 중국공산당 11기 3중전회에서 덩샤오핑(鄧小平)이 제시한 ‘4개 현대화 노선’과 능히 비견될 만하다.

북한의 이런 변화에 따라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도 현실화되고 관련된 논의들도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물론 실질적인 남북 경협 활성화는 국제 대북 제재 시스템의 해제 없이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한·미 양국의 ‘핵 폐기 없이 제재 해제 불가’ 입장도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안전보장 문제가 일정한 진전이 이뤄진다면 북한의 빠른 비핵화와 빠른 발전 국가 진입에 대한 한·미와 북 사이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핵 폐기와 대북 제재 시스템 해체가 빠르면 2019년 안에 실현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반면 이런 낙관적 전망과 별개로 남북 경협과 관련된 현재 환경은 매우 참혹한 수준이다. 5·24조치와 개성공단 폐쇄 이후 남북 경협에 참가한 기업의 절반 이상이 도산 혹은 그에 준하는 상태에 놓여 있다. ‘한반도신경제지도’ 구상과 같은 남북 경협 종합 설계도의 구체화도 중요하지만, 남북 경협이 또다시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남북 경협 생태계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법제도적 환경 정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행정 조치 하나만으로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환경에서는 남북 경협이 발전하기 어렵다. 대북 제재의 요건과 절차를 법에 의해 엄격하게 규정하고, 만에 하나 남북 경협이 중단될 경우에는 정부가 시혜를 베푸는 방식이 아니라 법률로 손실 보상의 근거를 분명히 해 대북 투자와 경협의 안전성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또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해결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고려한 남북협력기금 운용 방식의 개선, 자원 개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성공불 융자지원제도 도입 등 투자환경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남북 경협의 안정적 환경 마련은 정부가, 수익성은 기업이 책임지는 환경을 정착시켜야 남북 경협의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남북 경협의 비전을 확립하는 일이다. 남북 경협의 방향과 목표에 대한 우리 사회 내부의 합의는 매우 부족하다. 남북 경협을 둘러싼 ‘퍼주기’ 논란도 이런 사회적 합의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단순한 북한 발전이 목표가 되기 어렵고, 또 북한의 자본주의화와 결과적 남한 흡수에 북한이 결코 협력할 리가 없다.

결국 남한 내부의 정부와 기업 및 시민사회, 그리고 남북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은 남북의 경제공동체를 지향하되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는 ‘평화공존’을 병행하는 방식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는 이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통해 합의돼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압도적 경제력을 가진 남한의 존재 자체가 북에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는 ‘낮은 수준의 국가연합’을 추구하는 것이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유력한 방안의 하나가 되듯이 경제공동체 형성과 평화 공존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남북 경협을 둘러싼 각 이해관계자 간의 최대공약수다.

이는 향후 미·중·일은 물론 러시아와 유럽 등 세계 각국의 북한 진출 러시가 이뤄질 경우 북한이 남북 경협을 중심으로 각국과의 협력을 추구하도록 하는 확실한 근거가 된다. 이런 합의된 비전이 정착돼야 정권과 무관하게 남북 경협의 안정성과 지속성도 강화될 수 있다.
2018-04-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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