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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병력 39년 만에 대만 재주둔… 中 역린 건드리기

美병력 39년 만에 대만 재주둔… 中 역린 건드리기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18-04-23 22:48
업데이트 2018-04-24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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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의 집’ 건립 10명 상주… 볼턴, 6월 준공식 참석 가능성

미국 병력이 대만에 39년 만에 재주둔하게 된다. 미국이 오는 6월 준공 예정인 미국재대만협회(AIT) 타이베이 사무처 신청사의 경비를 미국 해병대 병력에 맡기기로 했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23일 보도했다. 해외 주재 대사관 기준에 따른 것으로, 미국은 현재 자국 해병대를 해외 148개국 공관에 두고 있다. 미군이 대만에서 철수한 지 39년 만에 다시 진주하는 셈이다.

미국은 1951~1979년 대만에 군사고문단과 연합방위사령부을 두고 대규모의 육·해·공군 병력을 주둔시키다 1979년 중국과 정식 수교를 맺은 뒤 대만 주둔군을 철수시켰다.

타이베이 네이후구에 들어서는 신청사는 해외에 건립되는 다른 미국대사관의 안전 기준에 맞춰 2009년 6월부터 보루식 건축물로 건립 중이다. 신청사 부지에는 ‘해병대의 집’이 건립돼 10여명의 상주 해병대 병력이 주둔하게 될 예정이다. 중장비나 대규모 부대가 들어설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영 전 AIT 사무처장도 최근 대만 자유시보에 올린 기고문에 신관 건축을 준비할 때부터 이미 미국 해병대 병력으로 구성된 공관 경비대를 주둔시키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AIT 신관 건축과 이에 따른 미 해군의 주둔은 미국과 대만이 지속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메시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대만 문제를 중국과의 거래 카드로 삼으려는 의도로 보고 중국이 크게 반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이번 조치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배하고 미국과 대만과의 관계를 공식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미국이 AIT 공관 경비를 명목으로 미군 주둔을 확대해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 전략을 견제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최근 중국과 무역전쟁에 나서면서 대만과 고위급 공무원 교류를 확대하는 대만여행법을 시행해 중국의 반발을 샀다. 특히 대(對)중국 강경론자인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6월 AIT 신청사 준공식에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과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검토할 것은 물론 대만과의 관계 복구를 주장하며 오키나와의 주일 미군 일부를 대만에 주둔시키자는 제안까지 한 적이 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에 따라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한 뒤로 타이베이에 대사관 역할을 하는 비영리 민간기구 AIT를 두고 영사 및 비공식 외교 업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의식해 대만과의 공식적인 관계를 상징할 수 있는 공관 경비 병력은 파견하지 않았다. 딩수판(丁樹範) 대만 정치대 교수는 “미국이 지속해서 대만과의 관계를 정상화, 공식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중국 대륙을 불편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2018-04-2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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