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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수행 매뉴얼 ‘좌측 1보 앞 동행’…현대판 귀족

조양호 수행 매뉴얼 ‘좌측 1보 앞 동행’…현대판 귀족

입력 2018-04-23 07:46
업데이트 2018-04-2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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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시야 내 좌측 전방 1보 앞에서 동행’

‘이동경로 주변 유명 식당 위치, 가격 등 파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전무. 오른쪽은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전무. 오른쪽은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를 보좌하는 ‘수행 매뉴얼’이 논란이다.

동아일보는 23일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을 비롯해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 총수 일가를 수행할 때 지켜야 할 점을 망라한 이른바 ‘VIP 수행 체크리스트’가 있다고 보도했다.

자료에는 비행기 또는 차량으로 수행할 때 직원들의 행동 지침이 담겨 있다. 지침은 7개 항목별로 돼 있고, 세부 항목은 50여개에 달한다고 보도는 전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기업 총수에 대한 기본 의전을 넘어서 마치 중세 시대 귀족과 하인, 양반과 노비 관계를 보는 듯하다.

▲좌측 전방 1보 앞서 동행하며 안내할 것
▲VIP를 주차장으로 안내하는 것은 결례
▲주차 시 VIP 혼자 계시지 않도록 할 것
▲운전은 두 손으로 할 것
▲이동경로 주변 음식점 정보와 음식 특성·가격 숙지
▲호텔 사전 답사
▲항공기 출발 후 30분 이상 공항 대기
▲VIP 필요를 채워주려는 마음 자세
▲잘못된 점 시인하기

매뉴얼엔 이 같은 내용의 이행 여부를 Y(YES), N(NO)으로 표시하게 돼 있다.

자료는 몇년 전부터 팀장을 거쳐 현장 승무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2011. 연합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2011. 연합
대한항공 현직 승무원은 “제대로 숙지하지 않으면 DDY가 말 그대로 경을 친다”고 전했다. DDY란 조양호 회장을 가리키는 코드명이다.

다른 승무원은 “이런 지침도 아무 의미 없다”고 말했다. 지침을 따라도 총수 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김없이 불호령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2014년 유럽행 비행기에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이사장이 기내 면세품을 구입했을 때, 한 승무원은 ‘이명희 이사장이 면세품을 사면 결제하지 말라’는 내용대로 결제를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이명희 이사장이 버럭 화를 내며 막말과 욕설을 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과잉 의전 탓에 휴일을 반납하고 심지어 발음 연습까지 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승무원은 “3, 4년 전 삼남매 중 1명이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한다는 연락을 받고 쉬는 날인데 불려나가 매뉴얼 암기를 해야 했다”면서 “‘VIP는 콜라를 좋아하고 커피에는 뭘 넣어야 한다’고 말해 속으로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발음까지 교정받았다”고 전했다.

역시나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 같은 증언들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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