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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시급 5천300원…중증장애인노동자 `생존권 위험‘

평균 시급 5천300원…중증장애인노동자 `생존권 위험‘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4-20 09:53
업데이트 2018-04-2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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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10배가량 차이, 일부 생산시설은 ‘월 11만원’ “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제도 판매대상 민간 확대 필요”

지적장애 2급인 최 모(28) 씨는 경남의 한 장애인직업 재활시설에서 4년째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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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차별철폐 하라
장애인 차별철폐 하라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광화문광장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주최로 열린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향한 투쟁 결의대회’에서 참석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로 지정된 이곳에서 그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 동안 각종 생활용품을 만든다.

물론 이 시간 내내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휴식시간 진행되는 각종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최 씨의 노동시간은 하루 4시간 정도다.

이렇게 최 씨가 한 달 동안 땀 흘려 받는 돈은 고작 24만원이다. ‘주중 4시간 노동’의 대가치고는 턱없이 부족하다.

당연히 이 돈으로 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다.

매일 꾸준히 나갈 수 있는 일터가 있음에도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야 생활이 가능한 ‘역설’이 발생하는 셈이다.

◇ 장애인노동자 임금 11만원에서 107만원까지 ‘천차만별’

장애인고용 안정을 위해 설치된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이 구조적 모순 등으로 장애인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임금을 주지 못하고 있다.

생산시설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제도’에 따라 운영된다.

이 제도는 중앙·지방정부, 교육기관, 공기업 등 공공기관이 연간 물품구매액의 1% 이상 중증장애인생산품을 의무적으로 사들여 장애인 일자리와 소득안정에 기여하려고 마련됐다.

생산품 거래는 생산시설→판매시설→공공기관 단계를 거친다.

이들 공공기관의 매년 총 구매액은 4천억∼5천억원으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은 전국에 543곳이다.

생산시설에서 만든 물품을 공공기관에 팔아주는 일종의 판매대행사 역할을 하는 장애인생산품 판매시설은 전국 각 시·도에 17곳이 있다.

전국 생산시설 중 2016년 보건복지부의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 실태조사에 응한 289곳의 장애인노동자는 총 6천119명(평균 약 21명)이다.

이들의 월평균 급여는 70만9천원, 월평균 근무시간 153시간이었다.

이는 평균 시급 5천235원으로 2016년 기준 당시 최저 시급 6천30원보다 낮다.

장애인노동자 대다수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 지역별 사정에 따라 이들의 임금은 천차만별이다.

2017년 경남의 장애인노동자 월평균 급여는 30만∼90만원, 강원은 64만6천원 수준이었다.

이밖에 충북 20만∼60만원, 경기 49만원, 인천 55만4천원, 부산 30만∼40만원, 제주 107만원 등이었다.

사업장별로 매출 실적이 좋은 곳은 월평균 급여가 1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했지만 반대로 11만원에 불과한 곳도 있었다.

◇ “판매시설서 받는 수수료 낮춰야 장애인 임금 상승”

판매대행사격인 장애인생산품 판매시설이 받는 수수료가 생산시설 운영을 더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판매시설은 총매출액의 10% 범위에서 수수료를 산정할 수 있다.

고정된 수수료가 없다 보니 이마저도 지역마다 6∼10%로 다양하다.

장애인노동자 임금으로 쓰이는 부가가치액(원료비 등을 제외한 순이익)은 보통 총매출액의 20∼30%다.

여기에 판매수수료 10%가 떨어져 나가면 실제 임금으로 쓸 수 있는 돈은 10∼20%로 떨어진다.

높은 판매수수료만 낮추면 장애인노동자들의 임금을 상당 수준 올릴 수 있다고 생산시설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판매시설 한 곳의 연간 운영비는 4억∼11억원인데 정부보조액은 1억6천만원에 불과하다.

결국, 판매시설은 나머지 운영비 2억4천∼9억4천만원을 판매수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체 운영비의 60∼85%가 판매수수료에서 나오는 셈이다.

부산지역 판매시설 관계자는 “생산시설의 요구에 따라 수수료를 낮추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운영 차질이 불가피해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확대와 민간으로 생산품 판로 확대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동일 강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많은 생산·판매시설이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수수료 감액은 간단치 않은 문제이다”라며 “생산시설도 마케팅을 통해 직접 판매 활로를 개척할 수 있고 판매시설도 시·도별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이를 총괄 관리하는 등 경영 혁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규화 충북 장애인직업 재활시설 협회장은 “장애인생산품 우선 구매를 민간영역으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체가 장애인생산품을 우선 구매할 경우 장애인 고용분담금의 일정액을 감액해주는 형식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남 장애인생산품 판매시설 박명덕 시설장은 “정부보조금을 연간 1억6천만원에서 4억원으로 증액하면 판매수수료를 대폭 낮출 수 있으며 정부 추가 소요예산은 연간 40억원 규모로 부담도 크지 않다”며 “시도별 사정에 따라 지원액을 차별화하면 지역별 임금 격차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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