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경수 봐주기 수사 뭇매…수사권 조정 보은? 충성 경쟁?

입력 : ㅣ 수정 : 2018-04-1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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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사 2개월 넘었는데도
金 관련 자료 뒤늦게 檢 넘기고
연루 가능성 낮다며 수사 배제
한달 가까이 댓글 주범 안 밝혀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을 사실상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봐주기 수사’로 일관하다 뭇매를 맞고 있다. 경찰이 청와대와 여권의 눈치를 보며 ‘충성’ 경쟁에 나섰다가 김 의원이 드루킹의 청탁 정황을 직접 공개해버리면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는 꼴’이 된 모양새다. 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경찰에 힘을 실어 주는 문 대통령과 여권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김 의원 비호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17일 경찰과 정치권에 따르면 댓글 사건의 주범인 김모(49·필명 드루킹)씨는 김 의원과 5차례 이상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김 의원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 자리에 (자신의 카페 회원인) 변호사를 앉혀 달라”고 청탁을 한 것도 지난해 5월 대선 이후 김 의원을 직접 찾아간 자리에서 이뤄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김씨가 김 의원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냈고, 김 의원은 대부분 읽어 보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에서 김씨와 김 의원과는 큰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 의원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는 “수사 중인 사항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사실을 숨겼다. 수사가 시작된 지 2개월이 지났고, 김씨를 구속한 지 1개월이 다 돼가는데도 “아직 텔레그램 대화방의 암호도 못 풀었다”며 수사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또 김씨가 김 의원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 등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기지 않다가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가 김 의원 이외에 다른 민주당 의원과도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없다”고 했다가 “있다”고 말을 번복했다. 경찰은 피의자 일당이 모두 민주당원이라는 사실을 이미 파악했으면서도 한 달여 가까이 밝히지 않았다. 언론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면 이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채 넘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아울러 경찰은 “일반인의 정치 댓글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까지 인사 청탁을 한 김씨를 단순한 일반인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김씨가 운영한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의 자금 운용에 대해서도 경찰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다 ‘축소·은폐’ 수사 논란이 일자 이날 뒤늦게 계좌 추적을 하겠다고 나섰다.

경찰의 이런 행태를 놓고 일각에서는 이 청장이 차기 경찰청장을 노리고 정권 실세인 김 의원에 대한 수사를 축소·은폐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는 “피의자가 민주당원이 아니었으면 경찰이 이렇게 공개하기를 주저했을까 싶다”면서 “이 청장은 차기 경찰청장이 유력한 상황에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 의원이 ‘일본 오사카 총영사’와 ‘청와대 행정관’ 등 김씨의 인사 청탁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청탁이 거절됐다고 해서 청탁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게다가 김씨가 추천한 유명 법무법인 변호사를 청와대 측에서 직접 만난 사실도 드러났다. 입사라는 측면에서 볼 때 해당 변호사가 김씨의 청탁만으로 청와대의 면접심사까지 직행한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비판을 사고 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8-04-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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