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40% “항거 불능때만 성폭력”…편견 강할수록 피해자 보호 못해

입력 : ㅣ 수정 : 2018-04-17 02:53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성폭력 수사 경찰관 112명 분석
30% “데이트 성폭력 인정 안 해”
“교육·표준화된 수사지침 필요”
성폭력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들이 성폭력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으면 피해자 보호가 안 될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합의를 권하는 경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찰관과 법조계 등 수사기관이 가진 성폭력 편견을 없애는 교육과 성폭력에 표준화된 수사지침 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경상대 이명신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이계민 정보통계학과 교수의 ‘성폭력수사 경찰의 수사행동 결정요인’ 보고서에서 성폭력 수사경험이 있는 부산·경남 지역 경찰관 112명을 조사,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경향성이 입증됐다고 16일 밝혔다.

성폭력 관련 편견의 바탕에는 ‘항거 불능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성폭력만이 범법행위라는 인식이 있었다. 응답자 가운데 42.9%는 ‘피해자가 명확히 거부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경우’ 성폭력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저항한 흔적이 없는 경우’(28.5%), ‘데이트 중 성폭력이 발생했다고 신고했을 경우’(28.6%) 성폭력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응답한 경찰관도 4명 중 1명 이상이었다.

피해자 보호에 관한 인식 수준도 제고가 필요했다. ‘수사 과정에서 여성단체나 동행자가 있으면 공정한 수사에 방해가 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34.8%에 달했으며 ‘성폭력 피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피해자의 감정에 대한 배려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비율도 33.9%나 됐다.

연구진은 이처럼 성폭력에 관한 편견이 강할수록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낮고, 가해자와 합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입증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를 존중할 때 과잉수사가 감소했으며, 과잉수사를 할 경우 합의를 종용하는 경향성이 짙어진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과잉수사’ 행동 중에는 ‘당시 정황에 대해 자세히 물어본다’는 응답이 70.6%로 가장 많았으며 ‘필요 시 여러 번 경찰 출두를 요구한다’는 응답도 24.1%였다. 합의를 종용하는 비율은 전체적으로 낮았으나 ‘가해자가 처벌될 가능성이 낮을 경우 합의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11.5%, ‘원만한 해결을 위한 합의에 이르게 하는 것이 경찰의 역할’(16.0%)이라 인식하는 비율도 16.0%였다.

이 교수는 “성폭력에 관한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이 같은 편견이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줘야 하며 피해자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는 의식전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 보호를 위해 반복질문, 대질신문, 공개장소 수사, 사생활 침해가 가능한 질문 등을 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수사체계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2018-04-17 10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

    하프마라톤대회 배너
    나의 공직생활 에세이 공모 배너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