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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도...” 민주당 내 드루킹 피해자 증언 잇따라

“나도, 나도...” 민주당 내 드루킹 피해자 증언 잇따라

입력 2018-04-15 14:52
업데이트 2018-04-1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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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15일 인터넷 댓글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민주당원 김모 씨(필명 ‘드루킹’)로부터 자신도 피해를 본 적이 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왔다.
이재명 댓글조작 당원 드루킹 언급, “나도 음해공격 다했다”
이재명 댓글조작 당원 드루킹 언급, “나도 음해공격 다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가 댓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 권리당원 겸 블로거인 김모씨(필명 드루킹)에게 음해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캡쳐
보수 야당과 일부 언론이 드루킹과 메신저를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김경수 의원을 마치 댓글조작에 관여한 것처럼 몰아가자 오히려 민주당과 김 의원이 이 사건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적극적으로 엄호에 나선 것이다.

앞서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더불어민주당 당원 3명 중 1명이 친(親)노무현·친문재인 성향이었던 유명 블로거로 드러났다. 전날(14일) 정치권과 경찰 등에 따르면 네이버 기사 댓글 추천수 조작 혐의(업무방해)로 구속된 김씨는 ‘드루킹’이라는 필명으로 네이버에 시사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를 운영하던 인물이다.

드루킹을 직접 겪어봤다고 증언한 이들은 그가 특정 인물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인터넷상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입을 모았다.

블로그 소개란에는 좋아하는 것으로 ‘원칙과 상식’이, 싫어하는 것으로 ‘친일파, 이승만과 그 후예들 독사의 자식들’이 언급돼 있다. ‘나는 진실을 찾는 사람들을 위하여 지혜의 힘으로 삿된 어둠을 깨트린다’는 문구도 보인다. 불교철학과 동양 점성술 자미두수(紫微斗數)를 취미로 삼는다는 내용도 있다.

해당 블로그는 이날 오후까지 누적 방문자가 984만여명에 달할 만큼 인지도가 높았다. 2009년과 2010년 시사·인문·경제분야 ‘파워블로그’로 선정됐다.

그는 민주당에 주기적으로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이었고, 지난해 19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을 온라인에서 공개 지지했다. 그해 12월까지만 해도 블로그에 ‘나는 노무현의 지지자, 문재인의 조력자이며 문 대통령의 시각으로 정국을 본다’는 글을 올리는 등 여전한 친문 성향을 드러냈다.

김씨는 자신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2014년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열고 소액주주 운동을 통한 사회 변화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경공모 활동 과정에서 유력 정치인들을 여럿 초청해 강연을 여는 등 회원들에게 자신의 인맥과 영향력을 과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6·13 지방선거’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자신도 드루킹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도 작년 이 사람으로부터 음해공격을 받았는데, 그 내용이 황당무계하고 근거없는 것이었지만, 그의 큰 영향력 때문에 나는 졸지에 ‘동교동 즉 분당한 구 민주계 정치세력이 내분을 목적으로 민주당에 심어둔 간첩’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댓글 조작은 ‘조작과 허위로 정부조차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는 과대망상 범죄자가 김 의원과 정부를 겁박해 이익을 얻으려다 실패한 후 보복과 실력 과시를 위해 평소 하던 대로 댓글 조작을 한 개인적 일탈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미키루크’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이상호 전문건설공제조합 상임감사도 드루킹에게 당한 경험을 공개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2년 전쯤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자가 온갖 ‘카더라’ 정보를 짜깁기해 사실을 왜곡하고 나를 음해하는 글을 게시해 수많은 사람이 그것을 사실이라 믿고 나에게 댓글로 욕을 하도록 만든 자”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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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그러면서 “중요한 선거를 앞둔 이 시점에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질러 자유한국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자가 그 드루킹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머리에서 갑자기 ‘스팀’이 올라오면서 뚜껑이 확 열린다”고 꼬집었다.

당 디지털소통위원회 조승현 수석부위원장도 “드루킹은 워낙 유명했던 파워블로거로 6개월 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여러 사람을 비판해 트위터 등을 찾아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드루킹이) 글도 잘 쓰고 하니까 정치 쪽에 생각이 있었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김 의원이 부탁을 냉정하게 거부해 앙심을 품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드루킹은 아니지만 비슷한 열성 지지자로부터 여러 요구를 받고 응대한 경험이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이날 “당원들이 메신저로 이러저러한 요구를 해오면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도 드루킹에게 그런 정도로 응대했을 것”이라며 “이를 드루킹의 일탈과 엮어 김 의원이 댓글조작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악의적인 정치 공세”라고 했다.

김씨는 공범 2명과 함께 자동화 프로그램(매크로)을 이용, 문재인 정부 관련 기사에 달린 비판 댓글에 ‘공감’을 클릭하는 수법으로 여론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경찰에서 “보수진영에서 벌인 일처럼 가장해 조작 프로그램을 테스트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민주당원이 문 정부를 비판하는 쪽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가 상식적으로 민주당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술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보고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씨의 행적을 지켜봐 온 일각에서는 그가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지원한 데 대한 대가를 민주당에 바랐으나 돌아오는 것이 없자 이 같은 행위를 저지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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