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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도입” 하르츠 폐지 앞장 선 독일 사민당

“기본소득 도입” 하르츠 폐지 앞장 선 독일 사민당

심현희 기자
입력 2018-04-01 22:14
업데이트 2018-04-0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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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계급 민심 회복 절실한 탓…기민·기사 연합은 “의미없는 논의”

독일 주요 정치권에서 처음으로 현행 실업급여제도인 ‘하르츠4’를 대폭 축소하고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나왔다. 이 제안은 2005년 하르츠4 제도를 추진했던 사회민주당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 연합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9월 총선 후 5개월이 지나서야 메르켈 4기 정부가 출범했지만, 2주 만에 사민당과 기민·기사 연합이 노동시장 문제를 놓고 갈등을 보이고 있다.

3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폐지 논란은 지난달 사민당 소속인 미카엘 뮐러 베를린 시장이 실업자들에게 월 1500유로(약 196만원)의 기본소득을 주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촉발했다. 뮐러 시장은 기본소득을 거부하는 실업자는 기존 하르츠4가 제공하는 월 416유로(약 45만원)를 받도록 설계했다. 사실상 하르츠4를 선택할 실업자가 없을 것으로 보여 폐지 수순으로 갈 전망이다.

같은 당 소속인 후베르투스 하일 노동사회부 장관도 지난달 28일 “사람들의 현실에 맞는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호응했다. 이어 사민당의 랄프 슈테이그너 부대표도 하르츠4를 폐지하고 대체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소수정당이나 시민사회 차원에서만 이뤄졌던 기본소득 논의가 주류 정치권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르츠4를 도입한 사민당이 오히려 폐지에 앞장서는 이유는 지지율 때문이다. 사민당은 슈뢰더 정부가 주도한 ‘어젠다 2020’의 일환으로 실시된 하르츠 개혁을 기점으로 당이 퇴조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어젠다 2010’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와 복지 축소, 세율 인하, 관료주의적 규제 철폐 등을 골자로 한 개혁안이다. 개혁 이후 국가 경제는 나아졌지만, 노동시장에서 고용의 질이 악화하면서 빈부격차가 커지고 개인 삶의 질은 낮아졌다.

사민당은 지지기반인 노동자 계급의 민심을 잃었다.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사민당은 역대 최악의 성적표인 20.5%의 득표율을 받아들여야 했다. 사민당은 당초 기본소득보다는 기존 복지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을 계기로 기본소득이 기성정당의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민·기사 연합은 하르츠4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기민당의 헤르만 그뢰에 원내 부대표는 지난달 29일 “의미 없는 거짓된 논의”라면서 대연정의 한 축인 사민당이 야당의 역할도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기민당 소속인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도 “독일에선 아무도 굶주릴 정도로 가난하지 않기 때문에 하르츠4는 가난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현 시스템을 옹호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2018-04-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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