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신상 터는 언론… 돈에 빠진 극단… 날 선 비판 담은 타이완 추리소설

신상 터는 언론… 돈에 빠진 극단… 날 선 비판 담은 타이완 추리소설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입력 2018-03-30 17:48
업데이트 2018-03-30 18:5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탐정 혹은 살인자/지웨이란 지음/김락준 옮김/북로드/428쪽/1만 4800원
이미지 확대
탐정 혹은 살인자
탐정 혹은 살인자
영미권과 일본 추리소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타이완 추리소설이 오랜만에 나왔다. 타이완 현대 연극사를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타이완 대학 연극학과 교수인 지웨이란이 쓴 첫 번째 소설 ‘탐정 혹은 살인자’다.

작가 자신을 화자로 내세운 것처럼 보이는 소설 속 주인공 우청은 대학 교수이자 유명한 극작가다. 어느 날 자신이 쓴 연극 극본으로 공연을 마친 극단 단원과 스태프들이 모인 뒤풀이 자리에서 “실력도 없이 예술을 하는 척”을 한다며 독설을 퍼붓고 돌연 사설탐정으로 변신한다.

첫 사건을 해결한 우청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날아든다. 경찰이 우청의 집 근처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 용의자로 우청을 지목한 것. 현장 주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피해자 중 2명과 공통적으로 함께 찍힌 사람이 바로 그였다는 것이다. 우청이 ‘아니, 내가 왜 저기에 있지?’라며 의아해하는 것도 잠시 범인의 흉기에 맞고 혼수상태에 빠졌던 한 간병인도 우청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이쯤 되면 우청이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연기하는 지능범인지 아니면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쓴 피해자인지 의심이 피어오른다. 여러 의문 속 진짜 범인의 행방을 쫓고 있자면 무심코 내가 했던 말과 행동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된다.

용의자로 지목된 우청에 대한 무분별한 신상 털기에 나선 언론과 흥행을 위해 품격을 잃어가는 상업적인 극단 등 현대인에 대한 조소와 당대 예술계에 대한 적나라한 비판도 돋보인다. 타이완에서 발표한 지 두 달 만에 5쇄를 찍은 이 작품은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대상, 중국시보 문학상 등을 두루 수상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8-03-31 19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