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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봄의 값/황수정 논설위원

[길섶에서] 봄의 값/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8-03-28 22:36
업데이트 2018-03-28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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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앞 큰길가에 꽃 트럭이 왔다. 주먹만 한 플라스틱 화분에 새파란 움을 빼 올린 구근 화초들이 트럭 가득 좌우로 정렬했다. “봄이요, 봄. 하나에 이천원!” 탁탁 손뼉까지 치는 트럭 주인장이 농담하는 줄 알았다. 겨울을 건너온 안간힘이 얼만데. 수선화, 히아신스, 튤립, 이 싱싱한 이름들이 사방팔방 뿌리는 생명의 기운이 얼만데. 새벽잠 흔들어 달려온 트럭의 노고는 얼마이며, 늘씬하게 뻗어 나올 꽃송이의 황홀이야말로 또 얼만데.

고물 트럭이 단돈 이천원에 무슨 수로 봄을 데려왔는지 거짓말 같다. 본전 생각을 내가 종일 대신하고 있다.

남 먼저 계절을 개봉하는 것들은 제 몸값을 부풀려 부르지 않는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 생강나무꽃. 자잘한 꽃들이 부지런히 떼지어 봄을 몰아오는 사정을 안다. 커서 화려한 꽃들보다 앞질러 당도해야 벌이 찾고 사람들이 알아봐 주는 까닭에.

어제는 가뭇없던 개나리가 오늘은 쏟아진다. 겨울을 먼저 이긴 것들이 기를 써 데려다 놓는 봄이다. 흥정하지 않았다고 봄꽃들에게 봄이 공짜일 리가. 봄은 한 번도 거저 온 적이 없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2018-03-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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