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이 성명 발표 안한 까닭
MB, 영장실질심사 이례적 불출석檢 “변호인만 출석 발상 비상식적”
“검찰의 영장청구는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지난 10개월 동안 정치검찰을 비롯한 국가권력이 총동원되어 진행된 ‘이명박 죽이기’로 이미 예상되었던 수순이다. 검찰이 덧씌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부터 이틀 동안 이어진 이 전 대통령 측 입장 발표는 ‘17대 대통령 이명박 비서실’ 명의로 나왔다. 영장이 청구된 당일인 19일 저녁엔 ‘이명박 죽이기’라는 격앙된 표현을 사용했고, 이튿날 오전 발표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불출석’이란 이례적 메시지를 담았다.
특히 구속 기로에 놓인 피의자에게 방어권을 보장하는 제도인 영장실질심사를 보이콧한 이 전 대통령의 입장과 다르게 변호인단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할 수 있다는 이중의 메시지가 법원에 전달되면서 법원은 구속 여부를 본격 심리한 22일 오전까지 이 전 대통령 측의 명확한 의중을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법률 전문가인 변호인단과 비서실 간에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피의자 없이 변호인 출석만으로 진행하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 의아하다”면서 “이 전 대통령 측 요청이 그동안의 법조계 상식에서 매우 어긋난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검찰 소환조사에 이은 구속영장 청구 국면이란 중대한 사법적 기로에 섰던 이 전 대통령 측이 입장 발표를 비서실 명의로 한 반면, 지난해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장은 변호인단이 대변했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변호인단은 이 전 대통령 입장을 대변하는 조직이 아니고, 전직 대통령예우법에 따라 세금으로 운영하는 비서실이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을 공식 대변하는게 합당하다”면서 “탄핵당한 박 전 대통령은 비서실을 따로 둘 수 없었기에 변호인단이 입장을 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전 대통령 비서실은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총괄하며 비서관 3명이 근무 중이다. 구속영장 청구 뒤 발표했던 이 전 대통령 측 메시지 발표도 장 전 기획관이 총괄했다고 한다. 장 전 기획관 역시 기소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달 검찰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불법 수수해 여론조사 등에 쓴 혐의를 물어 장 전 기획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한 바 있다.
나상현 기자 greantea@seoul.co.kr
2018-03-23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