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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구인장’ 혼선… 법원·검찰·변호인단 ‘토씨 논쟁’

‘MB 구인장’ 혼선… 법원·검찰·변호인단 ‘토씨 논쟁’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18-03-22 18:26
업데이트 2018-03-2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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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구속 여부 서류 심사로 결정

전례 없어 재판 예규 등 해석 몰두
檢엔 ‘불출석’ 법원엔 ‘출석’ 혼동
법원 “명확한 의견 밝혀라” 요구
심문 기일 자체 무산 가능성까지

이명박(77)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지난 19일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22일 법원이 이를 심사하게 되기까지 나흘 동안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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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전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놓고 법원 심사가 진행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으로 이재오 전 의원이 승합차를 타고 들어가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전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놓고 법원 심사가 진행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으로 이재오 전 의원이 승합차를 타고 들어가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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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전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놓고 법원 심사가 진행된 22일 김황식(앞줄 왼쪽) 전 국무총리와 김효재(오른쪽)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 전 대통령 자택 방문을 마치고 걸어 나오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전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놓고 법원 심사가 진행된 22일 김황식(앞줄 왼쪽) 전 국무총리와 김효재(오른쪽)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 전 대통령 자택 방문을 마치고 걸어 나오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이 전 대통령 측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피의자인 이 전 대통령은 불출석하고 변호인들만 나오겠다고 밝히는 전례 없는 상황을 주장하면서 검찰과 법원, 변호인들은 지난한 법리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19일 오후 5시 30분쯤 이 전 대통령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12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이후에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가 더 있다며 추가 수사 가능성을 거듭 내비쳤고 지난 17일에는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사건과 관련해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하는 등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 시위를 놓지 않았다.

영장이 청구된 다음날인 2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기일을 22일 오전 10시 30분으로 지정하고 박범석(45·사법연수원 26기)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심사를 배당했다.

그러나 심문 기일이 지정된 뒤 50분 남짓 만에 이 전 대통령 측은 비서실 명의로 “검찰에서 충분히 밝힌 만큼 법원의 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피의자가 법원의 심문이 별도로 필요 없다고 여기거나 노출을 부담스러워 할 경우 종종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기도 한다. 그러면 법원은 검찰의 수사 기록과 증거 자료 등을 토대로 서류 심사만으로 피의자의 구속 여부를 결정했다.

그런데 이 전 대통령 측에서 피의자는 불출석하지만 변호인들이 법관을 대면해 혐의를 소명하겠다고 나오면서 검찰과 법원, 변호인단 사이에 혼선이 생겼다.

형사소송규칙에 따라 피의자가 심문 기일에 출석을 거부하는 등 피의자를 심문 법정에 인치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 피의자의 출석 없이 심문 절차를 진행할 수 있지만, 보통 피의자들이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방어권 행사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로 변호인만 심문에 참석한 사례가 없다. 이례적인 상황에 검찰과 법원, 변호인단이 형사소송법과 규칙, 재판 예규를 따져가며 해석에 몰두하게 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21일 피의자가 출석하지 않아도 기일이 열릴 경우 변호인들이 출석하고, 기일 진행이 불가능하면 변호인도 의견서만 내고 법정에 나가지는 않겠다는 뜻을 검찰과 법원에 각각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검찰은 피의자 없이 변호인만 대상으로 심문을 한 전례가 없는 만큼 심문을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피의자와 변호인 모두 불출석한다는 입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의 불출석 의사를 확인한 만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발부된 구인장도 집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구인장을 법원에 반환했다.

검찰이 구인장을 반환하자 법원으로선 심문 기일이 진행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22일 오전 10시 30분으로 예정된 이 전 대통령의 심문 기일을 취소했다.

다만 법원은 규정에 따라 피의자 없이 검찰과 변호인만 출석해 심문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데다 변호인단이 법원에는 출석하겠다는 뜻을 전한 만큼 서류 심사로 구속 여부를 결정할지, 검찰과 변호인만 대상으로 심문 절차를 할지 등을 정해야 했다. 그런데 변호인단이 검찰에는 불출석하겠다고 했다가 법원에는 출석한다고 해서 혼동이 생겼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강훈(64·14기) 변호사는 “사전 구속영장의 경우 피의자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문 진행이 가능한지를 두고 법원과 검찰의 판단이 엇갈린 것”이라면서 “변호인단은 사후 영장에 적용되던 규정이 사전 영장에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었고 검찰은 불가능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실질심사가 피의자 심문이지 변호인 심문이냐”면서 변호인만 불러 놓고 심문을 한 전례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부장판사는 변호인에 다시 명확한 의견을 밝히라고 요구했고 변호인단은 21일 오후 6시쯤에서야 “구인영장이 다시 발부되면 피의자와 변호인은 출석할 의사가 없고, 구인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문 기일이 열릴 경우 변호인은 출석할 의사가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전 대통령을 검찰이 강제구인하지 않도록 법원이 명확히 해달라는 얘기다.

박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10시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서류심사로만 판단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서울의 한 판사는 “피의자가 불출석하는 대신 변호인단이 적극적으로 혐의에 대한 의견을 밝히겠다는 게 아니라 피의자를 강제구인하지 않는 조건에서만 법원에 나오겠다는 것은 진정한 방어권 행사로 보여지지 않아 심문 기일 자체가 무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18-03-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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