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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2인자’로 돌아온 왕치산… 대미 무역전쟁 선봉장

‘中 2인자’로 돌아온 왕치산… 대미 무역전쟁 선봉장

입력 2018-03-18 17:48
업데이트 2018-03-1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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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1·찬성 2969 부주석 선출, 7상8하 깨고 복귀… 해결사 기대

‘해결사’(Mr. Fix-It) 왕치산(王岐山·70)이 실질적인 중국의 2인자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왕은 지난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전인대) 대회에서 반대 1표, 찬성 2969표로 국가 부주석직에 선출됐다.
동지와의 악수
동지와의 악수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1차 회의에서 국가 부주석으로 선출된 왕치산 전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 악수를 하고 있다. 왕 전 서기는 지난해 10월 중국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고령으로 은퇴했으나 5개월 만에 국가 부주석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베이징 AP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9차 당 대회에서 나이 때문에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해임된 뒤 5개월 만이다. 공산당의 ‘7상8하(67세는 연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란 불문율을 시진핑 주석이 왕을 위해서 깬 것이다. 평당원이 부주석이란 높은 직위에 임명된 것도 왕이 처음이다.

왕은 2003년 베이징 시장으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태를 신속하게 수습하며 해결사로 떠올랐다. 2007년에는 국무원 부총리로 금융 위기 대응을 총지휘하며 미국과의 협상 파트너로도 맹활약했다. 2012년부터는 당중앙기율위 서기를 맡아 반부패 사정작업을 이끌며 시 주석의 정적을 쳐내는 동시에 ‘시왕체제’(習王體制)로 불리며 중국 국민의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17일 전인대 투표에서 시 주석에 이어 상무위원 등이 투표함에 투표 용지를 집어넣을 때 가장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은 인물은 다름 아닌 그였다.

왕 부주석은 시 주석보다 5살 많지만 젊었을 때 한 이불을 덮고 지낼 정도로 매우 친밀한 사이다. 그가 시 주석의 참모라기보다 대등한 동지 관계란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왕의 은퇴를 앞두고 나이 때문에 한계를 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문화혁명때 15살의 나이에 산시(陝西)성 벽촌으로 하방(下放·지식인을 농촌으로 보내 노동을 시킨 사상개조운동)됐다. 하방 초기인 1969년 시 주석이 베이징 집에 들렀다가 산골로 돌아오는 길에 그에게 하룻밤 신세를 졌다고 한다. 당시 시 주석은 한 이불을 덮고 잔 답례로 경제 관련 책 한 권을 그에게 건네줬다.
왕 부주석의 첫 임무는 외교의 선봉장으로 대미 무역전쟁을 해결하는 것이다. 인민은행 부행장과 경제담당 부총리 등을 거친 경제통인 만큼 무역전쟁의 적임자로 손꼽혔다.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본다며 “한국 드라마는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말해 중국 내 메가 히트를 이끌기도 했다.

18일 이어진 전인대에서는 ‘무늬만 2인자’로 불리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고 양샤오두(楊曉渡)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부서기가 국가감찰위원회 주임에 선임됐다. 반부패 사정작업을 이끌 국가감찰위 사령탑으로 양이 선임된 것은 ‘깜짝 인사’로 여겨진다. 반대 6표, 기권 7표가 나와 인사 표결 가운데 반대표도 가장 많았다. 국가감찰위는 중국 공산당 사정기관인 당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행정부인 국무원의 감찰조직 등을 통합한 거대 조직으로 자오러지(趙樂際) 상무위원이 맡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현재 상무위원으로 당중앙기율검사위 서기를 맡고 있는 자오러지가 당내 계급이 양샤오두보다 높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원의 감찰을 총괄하는 자오러지가 이번 개헌을 통해 독립 기구로 출범한 국가감찰위 수장까지 맡을 경우 모든 권력이 당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양샤오두에게 감찰위를 맡긴 것이란 해석도 있다. 이에 따라 양샤오두는 자오러지 서기와 함께 당과 정부 내 반부패를 총괄하며 시 주석의 정적 제거에 앞장서 장기 집권의 기반을 닦을 전망이다.

국가감찰위는 공산당원만을 대상으로 한 중앙기율위와 달리 당원이 아닌 공무원, 기업인, 판사, 검사, 의사, 교수 등 공적인 영역에 있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더구나 조사, 심문, 구금은 물론 재산 동결과 몰수까지 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반부패 사정 기구다. 국가기관 서열도 개헌을 통해 국무원과 중앙군사위원회 다음으로 정해졌으며 법원과 검찰에 앞선다.

양샤오두가 국가감찰위 주임에 오른 데는 시 주석과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시 주석이 2007년 상하이시 서기로 재직할 당시 상하이시 통전부장을 지냈다. 문화대혁명때 시 주석과 마찬가지로 하방을 겪은 뒤 중의학을 배워 10년간 티베트 오지에서 의술 활동을 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2018-03-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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