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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탤런트로 유명했던 남자배우도 미투 폭로당해

부부 탤런트로 유명했던 남자배우도 미투 폭로당해

입력 2018-03-18 14:42
업데이트 2018-03-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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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탤런트로 유명했던 남자 배우에게 성폭력 의혹이 제기됐다.
부부 탤런트로 유명했던 남자 배우 미투 폭로 당해
부부 탤런트로 유명했던 남자 배우 미투 폭로 당해
18일 조선일보는 1980년대 미스코리아 대회에 입상해 방송사 공채 탤런트로 활동한 김현미(가명)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씨가 겪었던 성폭력 피해를 보도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1980년대 초반 미스코리아 전속이 풀려 연예계 데뷔를 앞둔 김씨는 여의도 야외에서 문제의 남자 배우 A씨와 가을 의상 화보 촬영을 했다.

당시 김씨는 대학에 막 입학한 나이였다. 이미 유명한 배우였던 A씨는 먼저 촬영을 끝내고 떠난 뒤 김씨에게 따로 연락해 심부름을 시키면서 여의도의 한 관광호텔로 오라고 했다.

김씨는 집도 여의도이고 호텔 로비 커피숍에서 만나겠거니 하고 갔다가 호텔 방으로 올라오라는 연락을 받고 방에 올라갔다.

방에 들어갔을 때 A씨에게서 술냄새가 났던 것으로 김씨는 기억했다. 김씨에 따르면 A씨는 강압적으로 김씨를 침대에 눕혀 목과 가슴을 압박하고 온 몸을 더듬으면서 청바지를 벗기려고 했다. 김씨가 “저 좀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부탁입니다”라고 애원했지만 A씨는 멈추지 않고 온몸으로 김씨를 짓눌렀다.

현재 50대 중반인 김씨는 이 일이 36년 전 일이라고 했다. A씨는 나중에 다른 여자 배우와 결혼했다.

김씨는 그간 A씨나 그 아내를 TV 등 매체에서 볼 때마다 무척 힘들고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당시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도망쳐서 집에 온 김씨는 어머니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어머니는 “지금 당장 쫓아가겠다”고 했지만 시대가 시대인지라 뭘 어쩌지 못 했다고 했다.

문제는 A씨와 계속 마주쳐야 했다는 점이다. 그 일을 당한 지 몇달 뒤 김씨는 A씨와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다. 드라마 대본 연습 때 A씨가 김씨를 보고 당황한 표정이었다고 김씨는 기억했다. 신인인데다 공채 탤런트로서 첫 출연작이라 드라마를 안할 수도 없었다. 당시 드라마 배역에 따라 친인척 호칭으로 A씨를 불러야 했다고 김씨는 떠올렸다.

드라마 촬영 기간은 김씨에게 고역의 나날이었다. A씨가 또래 남자 배우들과 키득키득 웃기라도 하면 김씨는 괜시리 주눅이 들었다. 그게 너무 괴로워서 나중에 연습에 참가하지 않다보니 작가에게 미운털이 박히기도 했다. 결국 종영을 앞두고 김씨가 먼저 작가에게 드라마 하차를 부탁했다.

더 끔찍한 일은 동료 여자 연예인과 결혼한 A씨의 집들이에 간 일이었다. 회식 자리며 그 부부가 애를 낳았을 때에도 갈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이런 데도 와야 되는 거구나. 이런 데 와 있는 게 맞나. 이게 정상인가’라고 생각하며 비참해했다. 그런 자리를 빠지면 따돌림을 당하는 분위기라 빠질 수 없었다고 했다.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 밝게 대답해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김씨는 전했다.

결국 김씨는 드라마보다는 오락 프로그램에 눈을 돌렸고, 가요 프로그램 MC로도 활동했다. 그러다가 김씨를 아끼던 한 PD의 드라마에 캐스팅됐는데 하필이면 A씨의 아내가 함께 출연하게 됐다.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 이후에는 A씨나 그 아내가 출연하지 않은 단막극에만 출연했다. 지금도 회자되는 장수 드라마 출연도 여러 번 제안받았지만 할 수 없었다. 김씨는 결국 연예계를 떠났다.

이 일을 묻어두지 말자고 결심하게 된 건 딸 때문이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딸과는 비밀이 없는 사이라 딸도 오래 전 이 일을 알고 있었다. 최근 비슷한 일들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김씨는 딸에게 “그 일이 생각난다. 채널 돌리자”라고 했다. 이에 딸은 “엄마 아픈 거 싫다. 이건 엄마가 해야 한다”고 엄마를 설득했다. 딸에게 피해가 갈까봐 걱정하는 엄마에게 딸은 “엄마가 편해야지. 지금까지도 많이 아팠는데 엄마가 앞으로도 아프면 어떻게 해”라고 용기를 줬다.

그래서 김씨는 최근 A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피해를 겪었던 일을 언급하며 아직도 고통스럽고 잊혀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A씨가 보내온 답장에 김씨는 분노했다. A씨는 “정말 오래간만이네요! 35년 됐나요? 얼굴 보고 식사라도 하며 사과도 하며~ 편한 시간 주시면 약속 잡아 연락드릴게요”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 말에 화가 난 김씨가 답장을 하지 않자 A씨는 재차 “진심을 담아 사과하고 싶네요. 너무 힘들어 꼼짝 못하고 누워 있네요!”라고 답을 보내왔다.

김씨는 “나는 지난 세월 얼마나 아팠는데, 지금 ‘너무 힘들고 아파서 누워 있다’라니. 어쩌라는 건가? 그건 A씨 몫이지 왜 내가 그것까지 생각하고 배려해야 하나. 식사하자고요? 그게 사과인가요?”라며 분노했다.

김씨는 “시간이 길면 너무 아프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이제는 해야 한다”면서 “(이 일을 이야기한 지금은) 편하다. 이야기에 귀 기울여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A씨와 매니저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했지만 “외국에 가 있어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답만 받았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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