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 거의 없이 ‘쓸쓸했던’ 출두길… 조사 호칭은 ‘대통령님’

입력 : ㅣ 수정 : 2018-03-14 21:30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시간대별 스케치
취재기자·친이계 인사들만 북적
수백명 운집 박근혜 때와 대조적

자택서 중앙지검까지 8분 걸려
檢청사 도착 후 일반승강기 이용
한동훈 차장검사와 10여분 면담
오전 조사 3시간 20분 만에 종료
1002호로 배달된 설렁탕 점심
옛 친이명박계 인사들이 1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택을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소속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조해진 전 의원, 김효재 전 정무수석, 최병국 전 의원, 김두우 전 홍보수석.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옛 친이명박계 인사들이 1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택을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소속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조해진 전 의원, 김효재 전 정무수석, 최병국 전 의원, 김두우 전 홍보수석.
연합뉴스

14일 오전 8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택 앞은 취재를 위해 모인 기자들로 북적였지만 크게 소란스럽지는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의 지지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3월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는 날 강남구 삼성동 자택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인근에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운집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박 전 대통령의 ‘팬덤’(특정인물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현상) 규모가 이 전 대통령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경찰은 자택 골목 양쪽으로 철제 울타리를 치고 5개 중대 약 400명을 배치해 길목을 통제했다. 신분이 확인된 취재진과 주민들만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중앙지검 주변에는 8개 중대 약 640명을 배치했다. 이 전 대통령의 이동로에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을 배치했다.
이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 등이 경찰의 교통 통제 속에 호위를 받으며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이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 등이 경찰의 교통 통제 속에 호위를 받으며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옛 친이명박계 인사들은 속속 자택으로 집결했다. 자유한국당 김영우·주호영 의원, 이재오·안경률·조해진·최병국 전 의원,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류우익·정정길·임태희·하금열 전 대통령실장,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김효재 전 정무수석, 김두우·이동관 전 홍보수석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한국당 의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정치권 안팎에서는 법무부·법원·검찰 등을 유관기관으로 하는 국회 상임위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이 전 대통령을 배웅하는 모습이 부적절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오전 9시 14분. 차량에 탑승한 이 전 대통령은 자택을 떠나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했다. 자택 앞에 대기 중이던 1인 시위자는 차량이 집 밖으로 나오자 “이명박을 구속하라”고 외쳤다. 골목에는 ‘감방 가기 딱 좋은 날’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었다.
자택에서 출발한 지 8분 만에 검찰청사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이 차량에서 내려 취재진의 포토라인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자택에서 출발한 지 8분 만에 검찰청사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이 차량에서 내려 취재진의 포토라인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전 대통령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까지의 거리는 4.7㎞. 이동하는 데에는 정확히 8분이 걸렸다. 경찰이 교통 통제에 나선 까닭에 이동은 수월했다. 이 전 대통령이 구간을 통과하는 동안 일반 차량은 모두 정지신호에 멈춰 선 채 기다렸다.

이 전 대통령이 자택에서 출발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기까지의 모습은 생중계됐다. 국민들도 헬기와 드론 등으로 촬영된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 현장을 숨죽여 지켜봤다. 개그우먼 강유미씨는 검찰 청사 서문 앞에서 빨간색 확성기를 들고 “다스는 누구 겁니까”, “이 모든 게 보복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고 고함을 쳐 눈길을 끌었다. 동문 쪽 법원삼거리에서는 ‘쥐를 잡자 특공대’ 회원들이 고양이 가면을 쓰고 나와 ‘MB구속 적폐청산’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명박 구속 촛불시민행동’ 등 단체들은 ‘9년을 기다려 왔다. 이명박을 구속하라’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반면 60~70대 지지자 20여명은 ‘정치보복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이 전 대통령을 응원했다.

 오전 9시 22분. 이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검찰청사 중앙현관 앞에 도착하자 600명이 넘는 내외신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고, 포토라인에 선 이 전 대통령은 안주머니에서 꺼낸 입장문을 1분여 동안 읽은 뒤 귀빈용 승강기가 아닌 일반 승강기를 타고 10층으로 올라갔다. 이어 1010호 특수1부장실에서 한동훈(45·사법연수원 27기) 차장검사와 10여분간 면담했다. 면담에는 신봉수(48·29기)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송경호(48·29기) 특수2부장도 배석했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강훈(64·14기)·박명환(48·32기)·피영현(48·33기)·김병철(43·39기) 변호사가 수행비서 등과 함께 참석했다. 한 차장검사는 이 전 대통령에게 녹차를 한 잔 내준 뒤 조사의 취지와 방식, 일정 등을 설명하고 조사가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오전 9시 45분. 1001호 조사실에서 피의자 신문이 시작됐다. 검사들은 이 전 대통령을 ‘대통령님’으로 호칭하고 신문 조서에는 ‘피의자’로 기재했다. 이 전 대통령은 신 부장검사와 송 부장검사 등을 ‘검사님’이라고 불렀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는 철저히 하되, 조사 과정에서는 전직 대통령임을 고려해 예우하는 차원”이라면서 “기업체나 정당 대표 등을 조사할 때에도 직업상 직책으로 부르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피의자의 나이나 직업 등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절차는 생략했다.

 조사는 오후 1시 11분까지 3시간 20여분 동안 휴식 없이 이어졌다. 오전 조사를 마친 이 전 대통령은 1002호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해 배달된 설렁탕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측에 식사 관련 의견을 물었고, 소화가 잘돼야 하는 점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오후 2시에 재개된 조사는 오후 7시 10분쯤 중단됐다. 저녁 식사로 곰탕이 배달됐다. 오후 조사 동안 약 20분씩 두 차례 휴식 시간이 주어지기도 했다. 응급 상황을 대비해 119차량과 응급구조사가 대기했다. 검찰 관계자는 “변호인이 끼어들지 않고 이 전 대통령이 주로 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후 7시 50분 시작된 저녁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2018-03-15 2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

    건강나누리캠프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