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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큰 성과 낼 것” 메시지… 트럼프, 즉각 “만나겠다”

김정은 “큰 성과 낼 것” 메시지… 트럼프, 즉각 “만나겠다”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18-03-09 22:54
업데이트 2018-03-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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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단·트럼프 45분 회동 막전막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라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직접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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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오른쪽 네 번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만나 방북 성과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청와대 제공
정의용(오른쪽 네 번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만나 방북 성과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청와대 제공
트럼프 대통령과 정 실장의 만남은 이날 오후 4시 15분부터 45분간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의중을 전해 듣고 5월 북·미 정상회담 제의를 흔쾌히 수락했다. 친서 없이 구두로만 전달했다고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밝혔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을 만나 보니 솔직히 얘기하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물론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게 조심해야 하지만 김 위원장에 대한 우리 판단을 미국이 받아 주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 자격으로 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정 실장은 당시 나눈 대화를 상세히 소개하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전달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좋다. 만나겠다”고 했다.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배석한 참모를 둘러보며 “거 봐라. (북한과) 대화하는 게 잘하는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두고선 양측의 입장이 조금 달랐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4월을 얘기했는데 정 실장이 4월 말에 남북 정상회담이 있으니 5월에 하는 게 좋겠다고 해 시기가 늦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4월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한 대목에선 남북 정상회담보다 먼저 북·미 대화를 개시해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끌어내려고 한반도 정세가 급진전하기까지 미국의 역할이 컸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전략을 썼다.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앞서 정 실장은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큰 힘이 됐다. 그 점을 높이 평가한다. 국가조찬기도회(한국시간 8일)에서 문 대통령이 목사님 5000여명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감사의 말씀도 하셨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희색을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자신에게 사의를 표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고마워하며 ‘한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접견 종료 후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에게 “부탁이 있다. 여기까지 온 김에 오늘 논의 내용을 한국 대표의 이름으로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해 달라”고 즉석에서 제안했다. 외국 사절에게 발표를 맡긴 것은 이례적이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에게 보고할 경황도 없이 수락하고 맥매스터 보좌관의 방에서 2시간 동안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발표할 문안을 조율했다. 이후 백악관과 청와대 보안(시큐리티)라인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 일행이 기자회견을 하기 전, 백악관 브리핑룸으로 내려와 기자들에게 “한국이 북한과 관련해 곧 중대 발표(major announcement)를 할 것이다. 발표시간은 오후 7시로 잡혔다”고 직접 알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백악관 브리핑룸에 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백악관에 머문 시간은 모두 5시간이다. 방미단은 오후 2시 30분부터 맥매스터 보좌관을 비롯한 미국 각료들과 연쇄 회동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면담 직전에는 매티스 장관을 비롯한 20여명의 미국 각료들과 1시간가량 만나기로 했는데 약 45분간 회의를 했을 무렵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만나자’는 전갈이 와 오벌오피스로 바로 이동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나 미국의 대북 특사 파견 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8-03-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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