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다. 이번 작품은 여전사 라라 크로프트가 어떻게 세계를 구해 내는 모험에 첫발을 내딛게 됐는지, 그 성장담을 담은 프리퀄(오리지널 영화에 선행하는 사건을 담은 속편)이다. 이 때문에 그 기원을 추적해 들어가는 드라마가 더 강해졌고 (극에서 설정된) 여주인공의 나이대나 품고 있는 성정,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는 점이 전작과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여자 인디아나 존스’라는 별칭답게 과거 작품과 마찬가지로 액션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21살 퀵배달 기사라는 설정답게 시작은 자전거 추격전으로 활발하고 밝은 이미지를 강조한다. 이후 수중 액션, 폭포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전투기 잔해에서 벌이는 사투 등 긴장감을 한껏 조이는 액션 장면이 쏟아진다.
하지만 졸리의 라라 크로프트가 섹시한 외모와 더불어 자신만만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호쾌한 액션을 빚어냈다면 아직 여전사로 완성되기 전인 비칸데르의 라라 크로프트는 고뇌하는 장면이 많아서인지 악당을 물리칠 때도 왠지 ‘안간힘’을 쓰는 듯하다. 등장만으로도 주변을 압도하는 졸리와 달리 발레리나 출신인 비칸데르는 가녀리고 아름다운 몸 선과 움직임이 돋보이고 지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탄탄한 움직임을 위해 ‘원더우먼’의 갤 가돗의 몸을 만들었던 트레이너가 동원돼 5㎏의 근육을 증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비칸데르는 소녀처럼 앳된 얼굴, 두려움을 품은 눈빛, 결단의 순간 주저하는 모습 등 인간적인 면모를 앞세우며 관객과의 감정적 교류를 택한 듯하다.
이번 영화는 라라 크로프트가 7년 전 실종된 아버지가 남긴 퍼즐 박스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면서 전개된다. 아버지가 남긴 편지나 물건이 모험의 시작이 된다는 점, 아버지가 실패한 임무가 딸에게 주어진다는 점,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거대한 힘이 나쁜 세력에 악용될 가능성을 막아 낸다는 점 등 큰 얼개는 전작과 비슷하다. 아버지와의 유대는 여전사 라라 크로프트를 만든 원천이자 극을 이끌어 가는 힘이기도 하지만 도식적인 느낌이 적지 않다. 아버지가 모험을 시작하게 된 원인으로 나오는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이를 초래한 초자연적 힘과의 서사 연결 고리도 헐겁다.
관건은 처음으로 여성 히어로 블록버스터를 이끄는 주인공이 된 비칸데르의 섬세한 역투에 관객들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을지다. 12세 이상 관람가. 117분.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