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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김여정 비밀만남 약속부터 취소까지…애초부터 ‘동상이몽’

펜스-김여정 비밀만남 약속부터 취소까지…애초부터 ‘동상이몽’

신성은 기자
입력 2018-02-21 16:11
업데이트 2018-02-2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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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통한 북한 제안에 10일 청와대 회동 결정했으나 2시간전 전격 취소

한반도를 둘러싼 북미 긴장이 팽팽한 가운데 평창 동계올림픽을 무대로 양측이 첫 고위급 회담을 비밀리에 약속했다가 취소한 것으로 나타나 막전막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이 사실을 처음 보도한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북미 회담을 먼저 제안한 것은 북한 측이다.

평창 개회식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만나고 싶다는 북한 측의 의사가 개회식 2주 전쯤 미 중앙정보국(CIA)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 전달됐다고 한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료는 북미 회담의 아이디어는 한국 정부에서 나온 제안이라고 WP에 전했으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5일 출국 전에 이미 북한의 초대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지만, 8일 서울에 도착하기 전까지 구체적인 세부 일정과 안건은 확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물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펜스 부통령과 비슷한 기간 방남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북미 접촉의 기대를 부풀렸다. 그럼에도 양측은 공식적으로는 모두 이런 관측을 부인하며 보안에 신경을 썼다.

펜스 부통령은 한국행 직전까지 “우리는 북한과의 만남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만 했고, 미 국무부 역시 “어떠한 북한 관료와도 만날 계획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다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는 펜스 부통령의 알쏭달쏭한 언급으로 접촉의 여지를 완전히 닫지만 않았을 뿐이었다.

북한 외무성 역시 올림픽을 앞두고 “명백히 말하건대 우리는 남조선 방문 기간 미국 측과 만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물밑 제안을 받은 미국이 북한과 만나보기로 최종 결정한 것은 지난 2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 회의에서였다.

이 자리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참석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도 전화로 회의에 동참했다. 짐 매티스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역시 논의 과정에 참여했다고 WP가 보도했다.

이후 북미 양측은 펜스 부통령의 방한 마지막 날인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난다는 데 합의했다. 청와대는 중립적인 장소가 될 수 있고, 양측의 보안 요구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장소라는 이유에서였다. 한국 정부의 관료는 아무도 배석하지 않기로 했다.

북한은 10일 오전까지만 해도 펜스 부통령 측에 ‘북미 만남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긍정적 신호를 보냈으나, 예정 시간을 2시간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취소를 통보했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결국 펜스 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쇼트트랙 경기를 함께 관람한 뒤 전용기인 에어포스 투에 올랐다.

역사적 만남의 무산이라는 아쉬운 반응도 나오지만 애초에 만남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시각이 워낙 달랐다는 점에서 예고된 불발이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이 펜스 부통령을 만나자고 한 것은 그의 강경 발언을 톤다운시켜 ‘올림픽 외교전’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한 의도로 보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 만남을 대화와 협상의 출발이 아니라 오히려 직접 압박의 기회로 활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서로의 목적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만남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펜스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닉 에이어스는 WP에 “북한은 부통령의 메시지 순화를 기대하고 만남에 매달렸다”면서 “북한은 부통령이 올림픽을 그들의 절대적인 사실(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한 주목을 촉구하고 최대 압박 작전에 참가하는 나라들과의 강한 동맹을 과시하는 무대로 활용하지 않기를 강력히 원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바람과 달리 펜스 부통령은 방한 첫날부터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하고, 탈북자들과 만나는 등 대북 강경 행보를 늦추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을 ‘살인 정권’이라고 규정하고 고강도 추가 대북 제재를 예고한 것은 물론, 올림픽 개회식 자리 등에서 북한 대표단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예정된 만남에 앞서 어떠한 협상도 시작하지 않고 미 정부의 강경 스탠스를 북한 측과 대면한 자리에서 직접 전달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백악관의 한 관료는 WP에 “대통령의 견해는 공개적인 우리의 정책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공개적으로 말하는 게 정말로 우리가 의도하는 바라는 사실을 그들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신문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 측은 북미 회담의 취소를 ‘우리 임무가 성공했다는 증거’로 내세우고 있어 애당초 진정성이 있었는지 의구심까지 자아낸다.

만남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은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제기된다.

에이어스 비서실장은 펜스 부통령이 최대 압박 작전에 관해 ‘비타협적인 메시지’를 던질 예정이었다면서 “아마도 그들이 만남을 철회하고, 어쩌면 만남 자체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지 않았던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한일 문제 전문가인 국무부 전직 관료 민타로 오바는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나중에 책임을 전가하려고 처음부터 취소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펜스 부통령과 비밀 만남을 잡았다는 것도 전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그는 “갑작스러운 취소 전략은 북한의 교과서에 확실히 나오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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