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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자고 싶다”… 시크한 상남자 그대로 “꿈인가 싶게 기뻐”… 울보로 변한 강심장

“종일 자고 싶다”… 시크한 상남자 그대로 “꿈인가 싶게 기뻐”… 울보로 변한 강심장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입력 2018-02-18 23:22
업데이트 2018-02-1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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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남매 3년 전과 후의 모습

“인터뷰로 제 자유시간 뺏었다고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저 어차피 약속도 없어요. 대학생이 된 친구들은 기말고사 보고 취업준비 해야 한다며 절 만나 주지도 않아요.”(윤성빈이 서울신문 2016년 1월 9일자 13면 인터뷰에서)

“냉철한 승부사라고요? 저 은근히 잘 덤벙대요. 어릴 때는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길 가다 무언가에 부딪히는 일도 종종 있었어요. 경기 전 긴장도 많이 하는 성격이고요.”(최민정이 서울신문 2015년 3월 21일자 10면 인터뷰에서)

설 연휴 값진 금메달로 안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국민을 기쁘게 한 윤성빈(24)과 최민정(20). ‘올림픽 영웅’으로 우뚝 서기 위해 둘은 지난 수년간 어떻게 성장했을까. 트랙이나 링크 위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둘은 어떤 모습일까. 둘이 과거 서울신문과 한 단독 인터뷰와 금메달을 딴 뒤 가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궁금증을 풀어봤다.

2년 전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가진 윤성빈은 ‘상남자’ 그 자체였다. 강원 평창에 있는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하던 윤성빈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잠깐 자유시간을 얻어 ‘세상’에 나왔고,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기자가 “천금 같은 시간을 뺏은 것 같다”고 미안해하자 “약속도 없는 몸”이라며 먼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런 윤성빈의 성격은 지난 16일 금메달을 딴 직후 평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꾸밈없이 시크한 매력을 발산하며 회견장을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통틀어 길이 남을 위업을 달성했음에도 무덤덤한 표정으로 “(전화기 꺼두고) 종일 자고 싶다”고 했다. 윤성빈의 가슴속엔 어마어마한 승부욕이 숨어 있다.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부담 갖지 말라는 의미로 “동메달만 따도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평창은 내가 흘린 땀을 모두 쏟아붓는 무대”라며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림픽 챔피언을 하고도 지기 싫은 건 마찬가지다. 이번 대회 6위에 오른 김지수(24)가 자신을 위협할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질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누구에게도 (왕좌를)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도전에 굶주린 윤성빈은 스켈레톤에서 적수를 찾지 못하면 종목을 바꿀지도 모른다. 그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썰매는 항상 재밌다. 기회가 되면 봅슬레이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낸 바 있다.

윤성빈처럼 평소 무표정한 얼굴로 인해 ‘얼음공주’라는 별명을 얻은 최민정. 하지만 내면은 여린 소녀다. 지난 13일 500m에서 다 잡았던 은메달을 실격 판정으로 날렸을 때, 17일 1500m에서 금메달을 따고 시상대 맨 위에 섰을 때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울음을 터뜨렸다. 물론 두 눈물의 의미는 전혀 달랐다.

그는 금메달을 딴 직후 취재진과 만나 “너무 힘들게 준비해 감정이 북받쳤다. 4년간 꿈에 그리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니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게 만감이 교차했다. 꿈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 기쁘다”며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신문과의 인터뷰 때도 그랬지만, 최민정은 차가워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조곤조곤 말을 잘하는 성격이다. 항상 안경을 쓰고 있어 학구파처럼 보이는데, 실제 독서를 제1 취미로 꼽는다. 어릴 적부터 독서 습관을 키워 준 부모님 덕에 책을 옆에 끼고 다닌다.

중학교 시절부터 ‘쇼트트랙 천재’로 불린 최민정이지만, 정작 자신은 ‘노력형’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늘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해 왔다. 운동선수에게 흔한 의례적인 멘트가 아닌, 운동철학이 담긴 말이다. 500m 실격 충격을 훌훌 턴 것도 이런 평소 신념에서 가능했다. 최민정은 “500m에서 결과는 그렇게 나왔어도 과정에선 후회가 없었다. 500m 결과에 연연하면 다른 종목에 지장이 있기에 빨리 잊으려고 노력했다”고 힘들었던 순간을 되돌아봤다.

평창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8-02-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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