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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를 훈풍으로…‘스킨십외교’ 文대통령 3일간 4번 김여정 만나

한파를 훈풍으로…‘스킨십외교’ 文대통령 3일간 4번 김여정 만나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2-11 16:56
업데이트 2018-02-1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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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과는 5차례…리셉션·개회식·靑오찬·단일팀응원·예술단공연리셉션 헤드테이블·개회식 뒷자리 등 배려…‘한반도평화 기회 살리기’ 주력김영남 “감동적 분위기 생각도 못해”…문 대통령 ‘진정성 있는 마음’ 강조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방남으로 그동안 남북관계에 몰아치던 매서운 한파가 따뜻한 훈풍으로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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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등 평창올림픽 고위급대표단 일행이 11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기 전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등 평창올림픽 고위급대표단 일행이 11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기 전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특사 자격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헌법상 최고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남 만으로도 세계의 이목을 끌만한 ‘사건’이지만, 이들이 2박3일 동안 보여준 행보는 남북관계 개선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 조성에 대한 기대감을 상당 부분 키웠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 중심에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를 설득해 북한을 올림픽에 참가시키고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한 데 이어 예술단·응원단은 물론 고위급대표단까지 방문하게 함으로써 유일한 분단국가에서의 ‘평화올림픽’이라는 강한 인상을 전 세계에 심어줬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고위급대표단이 머무는 사흘 내내 이들과의 스킨십을 늘려가는 데 주력했다. 북한 대표단이 도착한 지난 9일 사전 리셉션에서 김 상임위원장과 처음 인사를 나눴다. 김 상임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같은 헤드테이블에 앉아 다른 주요 정상급 인사들 사이에서 만찬을 했다.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공식적 국제행사에 북한 수반을 참석시킴으로써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곧이어 열린 올림픽 개회식에도 문 대통령은 김 상임위원장을 만났고 김여정 특사와는 외신들이 ‘역사적 악수’라고 기록한 첫 인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두 인사의 자리를 자신의 바로 뒷자리로 배정하도록 배려했다.

북한 대표단의 방남 이틀째에는 김 특사와 김 상임위원장은 물론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2시간 50분 동안 접견과 오찬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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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김여정 부부장 설명 듣는 문 대통령
[올림픽] 김여정 부부장 설명 듣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설명을 듣던 중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문 대통령. 2018.2.11. 연합뉴스
김 특사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임을 공개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바란다는 내용의 김 위원장 친서를 전달하고 문 대통령에 대한 김 위원장의 공식 방북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경기를 김 특사·김 상임위원장과 함께 관람하며 공동응원을 펼쳤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함께 아이스링크로 내려가 단일팀 선수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저녁 김 특사 등 북한 대표단과 함께 서울 국립중앙극장에서 열리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마지막 공연을 나란히 관람한다.

이처럼 문 대통령은 북한 대표단이 머무는 사흘 동안 김 특사와는 4차례, 김 상임위원장과는 5차례 공개적인 스킨십을 이어갔다.

북한 대표단과의 이런 일정은 처음부터 예정된 게 아니라 남북 간 실시간 협의를 통해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북한 고위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늘리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의 잦은 공개 접촉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틈날 때마다 남한 당국 비판에 급급했던 북한 매체들은 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의 만남을 상세하면서도 긍정적인 논조로 보도하고 있고, 조선중앙통신은 김 특사가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정중히’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북한 역시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청와대 오찬에서도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우리를 따뜻하고 친절하게 환대해 줘 동포의 정을 느낀다. 불과 40여일 전만 해도 이렇게 격동적이고 감동적인 분위기가 되리라고 누구도 생각조차 못 했다”고 언급했다.

북한 대표단이 애초 김 위원장 친서를 전달할 계획이었고 남북관계를 북미갈등 돌파를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를 지녔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들이 방남 기간 보여준 반응에는 문 대통령의 ‘진심’을 담은 스킨십 외교도 한몫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작년 12월 18일 재외공관장 만찬에서 “주재국 국민의 마음을 얻는 외교를 해달라. 우리 외교는 힘이나 돈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지만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는 상대를 움직일 수 있다”며 진정성을 강조했다.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해빙 조짐을 보였던 작년 12월 방중 때도 마침 베이징에 도착한 날이 난징대학살 80주년임을 감안해 노영민 주중대사에게 자신을 영접하는 대신 추모 행사장 참석을 지시해 중국민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작년 11월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방한 때도 대통령 사위 생일파티 소식을 듣고 심야에 축하 케이크를 깜짝 선물해 우즈베키스탄 측이 감동했다는 후문이다.

불교 국가인 스리랑카 대통령이 왔을 때도 미리 조계사에서 대기하다가 함께 대웅전 참배를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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