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동북아국장 수난 시대/황성기 논설위원

입력 : ㅣ 수정 : 2018-02-08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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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동북아국, 국을 이끄는 국장의 수난이 예사롭지 않다. 과거 같으면 미국 근무를 주로 한 ‘워싱턴 스쿨’의 꽃인 북미국장과 함께 일본 근무가 주된 외교관 경력인 ‘재팬 스쿨’의 봉우리인 동북아국장은 출세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동북아국 자체를 “폐기 처분된 집단”이라고 자조 섞인 말로 비하하는 재팬 스쿨 외교관까지 있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대일 외교의 중요성이 떨어진 시대의 변화로 위상이 낮아진 데다 2010년대 들어 동북아국장 자리에 앉은 외교관 가운데 박준용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를 빼고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외교부의 고질적인 폐쇄주의, 순혈주의를 타파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외교부 주류는 북미라인 즉 워싱턴 스쿨이다. 임성남 1차관과 차관급인 조병제 국립외교원장, 차관보급 주요 보직에 워싱턴 스쿨이 기세 좋게 포진해 있다. 1990년대 이후 동북아국장(옛 아주국장) 출신으로 장관 자리에 오른 이는 공노명씨가 유일하다. 유명환 전 장관은 출발은 재팬 스쿨이었지만 워싱턴 스쿨로 갈아타 북미국장, 주일 대사를 거쳐 장관을 했다. 장택상 초대 장관부터 현 강경화 장관에 이르기까지 직업 외교관 출신 장관은 20명이다. 이 가운데 워싱턴 스쿨이 9명, 재팬 스쿨 3명, 양쪽 모두 해당하는 경우가 6명이니 가히 ‘워싱턴 파워’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동북아국장의 카운터파트인 일본의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출세 코스다. 2000년대 들어 직업 외교관이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인 사무차관 전·현직 9명 가운데 아키바 다케오 현 차관을 포함해 6명이 아시아대양주 국장·심의관을 거쳤다. 우리의 동북아국장 업무가 대중, 대일 외교로 협소한 반면 일본의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한국, 중국 외에도 북한과 북핵을 다룬다. 보직 국장 가운데 고생이 많아 보람 있고, 유력 여당 정치인과 접촉할 기회도 많아 출세 기회도 그만큼 크다. 위안부 문제에 올인했을 때 윤병세 장관이 “외교부 업무의 절반 이상을 동북아국에서 한다”고 치켜세웠지만, 우리는 말뿐이었다.

윤 전 장관 때 동북아국장을 지낸 이상덕 싱가포르 대사의 돌연한 귀임이 미스터리다. 소문이 흉흉하다. 정부가 ‘적폐’로 보는 위안부 합의의 주역으로 지목됐다는 게 가장 그럴듯하다. 이 대사에 대한 조사도 진행한다는데 ‘개인 비리’를 들춰 문책할 가능성이 크다. 하필 그 시기에 동북아국장을 했다는 게 ‘죄’라면 죄다. 그런 이 대사를 적폐로 몰아 내친다면 그야말로 적폐다. 살얼음판을 걷는 대일 외교, 누가 총대 메겠다 하겠는가.

marry04@seoul.co.kr
2018-02-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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