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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는 #미투] #문단_내_성폭력… 2016년부터 ‘추악한 이면’ 폭로 쏟아져

[번지는 #미투] #문단_내_성폭력… 2016년부터 ‘추악한 이면’ 폭로 쏟아져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입력 2018-02-08 01:08
업데이트 2018-02-08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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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시인 ‘질문 있습니다’ 통해 문인들 여성 비하 문화 등 공개

문학계 내부의 성폭력 문제는 2016년부터 ‘#문단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꾸준히 거론됐다. 김현 시인이 그해 9월 계간지 ‘21세기 문학’ 가을호에 실린 ‘질문 있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남성 문인들이 술자리에서 여성 문인들을 비하하거나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등 성폭력이 만연한 문화를 폭로하면서부터다. 시인의 고발은 오랫동안 잠복해 있던 문학계의 추악한 이면을 들추는 계기가 됐다.

이후 SNS를 통해 피해자들의 증언과 제보가 쏟아졌다. 같은 해 10월 전직 출판 편집자로 알려진 한 여성은 트위터에 소설 ‘은교’의 저자 박범신 작가가 술자리에 동석한 출판사 편집자와 방송작가 등을 성추행한 사실을 공개했다. 곧이어 트위터 계정 ‘고발자5’를 통해 고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실기 교사였던 배용제 시인이 제자들을 성추행·성폭행한 사실이 폭로됐다. 배 시인은 제자들을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최근 한국시인협회 제42회 회장으로 선출된 감태준 시인도 과거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전력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1996년부터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10여년간 교편을 잡았으나 2007년 제자 성추행 사건 등으로 고발돼 이듬해 해임됐다. 당시 성폭행 의혹 사건으로 형사 기소됐으나 법원에서 피해자 진술이 번복됐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감 시인은 해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다른 제자에 대한 성추행 사건의 경우 여러 증거가 있어 사실로 봐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시인협회 관계자는 “형사 사건의 경우 무혐의 처리가 났다고 알고 있었고, 그 외에 불거진 일들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감 시인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큰 문제로 거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감 시인은 수일 내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

사회 각계로 번지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과 관련해 김현 시인은 “2016년 문화예술계의 ‘미투’ 이후 사내, 법조계, 방송계 등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데 그동안 곳곳에서 이렇게나 자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던 사태들이 이제야 비로소 밝혀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특히 문학장은 과거에 이러한 증언이 터져 나오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에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인은 “뿌리 깊은 문제를 함께 들추어내고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가해자 처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증언자들의 용기를 이어 받아 남성주의적인 문화와 가부장적인 풍토 등 구조적인 문제를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8-02-0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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