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맨체스터 영웅’ 노숙인…테러피해자 소지품 절도 수감

입력 : ㅣ 수정 : 2018-01-3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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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흘리며 쓰러진 피해자 지갑·핸드폰 훔치다 CCTV 포착판사 “영웅 아닌 도둑놈, 비난받을 행동”…징역 4년3개월 선고
지난해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한 직후 가장 먼저 구호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맨체스터 영웅’으로 불렸던 노숙인이 테러피해자의 소지품을 훔쳤다가 징역형을 살게됐다.
맨체스터 테러 후 영웅으로 칭송받은 노숙인 크리스 파커[AP=연합뉴스]

▲ 맨체스터 테러 후 영웅으로 칭송받은 노숙인 크리스 파커[AP=연합뉴스]

31일 영국 BBC와 더선에 따르면 맨체스터 형사법원은 맨체스터에서 노숙 생활을 해 온 크리스 파커(34)에게 절도 등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4년 3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파커가 테러 피해자로부터 훔친 신용카드를 사용한 혐의를 인정한 후 그에게 적용된 2건의 절도와 1건의 사기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선고를 내린 데이비드 에르난데스 판사는 “슬프게도 당신은 자신이 흉내 내려 했던 영웅이 아니다”며 “당신은 단지 보통의 절도범일 뿐”이라고 말했다.

에르난데스 판사는 이어 “당신은 다른 사람들이 죽거나 쓰러져 있는 상황에서 크게 다친 사람들의 물건을 훔쳤다”며 “이보다 비난받을 상황을 생각해내기조차 어렵다”고 전했다.

파커는 지난해 5월 22일 폭탄 테러 현장 주변에 있다가 “도망가는 대신 본능적으로 달려가 사람들을 도왔다”고 기자들에게 말한 뒤 그야말로 ‘영웅’ 대접을 받았다.

파커의 잘못된 영웅담이 알려지자 온정의 손길까지 이어졌다.

파커를 돕기 위한 크라우드펀딩 페이지가 만들어졌고 그에게 집을 마련해 주자며 5만2천파운드(약 7천900만원) 상당이 몰리기도 했다고 더선은 전했다.

그러나 현장에 설치된 CCTV는 파커의 새까만 거짓말을 알고 있었다.

법원에서 공개된 CCTV 화면에는 파커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들 2명의 소지품을 훔치고 누워 있는 다른 피해자들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파커는 중상으로 피를 흘리며 쓰러진 폴린 힐리에게 기대어 부축하는 척하면서 지갑을 훔치려고 그의 핸드백을 가로챘다. 당시 힐리의 14살 된 손녀는 인근에서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그 손녀는 끝내 숨졌다.

파커는 현장에서 법적 문제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다른 10대 소녀의 휴대전화도 훔쳤다.

몇 시간 뒤 파커는 힐리의 신용카드를 인근 맨체스터 맥도널드 매장에서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루이즈 브랜던 검사는 파커가 찍어 나중에 100파운드(15만원)에 팔았다는 사진 4장을 판사에 증거물로 보여주기도 했다.

브랜던 검사는 CCTV 화면은 파커가 “피해자들의 사진을 찍고 지갑과 휴대전화와 같은 귀중품을 훔칠 수 있는 가능한 장소에서 기회를 노렸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의 주변에서 비극적인 참사가 벌어졌을 때 다수의 사람은 피해자들의 목숨을 살리려 하거나 사상자들을 돌보려고 노력할 때 피고인은 그 상황의 유리한 점에만 신경을 썼다”고 지적했다.

더선은 파커를 위해 모금된 기부금이 기부자들에게 되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파커는 지갑 1개와 휴대전화 1대를 훔친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해 5월 22일 밤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미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이 끝난 직후 맨체스터 출생의 리비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의 살만 아베디(22)가 매표소 인근 휴게소에서 자살폭탄을 터트렸다. 이로 인해 아베디 이외 22명이 사망하고 116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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