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어슬렁대는 야생 동물… 나 때문에?

입력 : ㅣ 수정 : 2018-01-31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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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사람’
“도시화·벌목이 활동 영역 파괴”


네이처 “2200년 포유류 25% 멸종”
야생동물 생활 공간 확보해 줘야
사람들의 거주공간 확대로 인해 야생 동물들의 이동거리가 이전에 비해 절반에서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사진은 아프리카 초원을 달리는 얼룩말 무리. 독일 센켄버그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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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의 거주공간 확대로 인해 야생 동물들의 이동거리가 이전에 비해 절반에서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사진은 아프리카 초원을 달리는 얼룩말 무리.
독일 센켄버그연구소 제공

지난 25일 강원 원주에서 멧돼지가 민가로 내려와 노부부를 공격한 일이 있었다. 서울에서도 멧돼지가 시내를 질주하는 소동을 벌이다가 포획되거나 사살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이웃 일본에서도 지난 28일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의 한 자전거 전용도로에 멧돼지가 나타나 사람들을 공격해 심각한 부상을 입히는 일이 벌어졌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인구 2000만명이 사는 인도 제2의 대도시 뭄바이에서는 한밤중에 인근 국립공원에서 내려온 표범이 먹을거리를 찾아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일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야생 동물인 여우의 경우도 거주공간이 축소되면서 먹이를 구하기 쉬운 도시로 내려오는 경우가 있다. 인도 뭄바이에서는 한밤중에 야생 표범이 도시를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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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 동물인 여우의 경우도 거주공간이 축소되면서 먹이를 구하기 쉬운 도시로 내려오는 경우가 있다. 인도 뭄바이에서는 한밤중에 야생 표범이 도시를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사이언스 제공

야생 동물들이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심에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독일 쉔켄베르크 자연학연구회 소속 생물다양성 및 기후연구센터 주도로 24개국 99개 연구기관의 114명의 과학자가 대형 생태계 연구 프로젝트에 나섰다. 이 연구에는 북구의 노르웨이, 스웨덴부터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의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그리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 위기 상황에 놓인 피지 등 다양한 국가의 연구진이 참여했다. 이들이 5대양 6대주에 사는 포유류의 움직임에 대해 분석한 결과가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이번 주(26일자)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야생에 살고 있던 회색곰들도 도로, 공장, 도시 등 각종 인간들이 만든 시설로 인해 점점 거주지가 좁아지면서 삶의 공간을 잃고 있다. 네이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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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에 살고 있던 회색곰들도 도로, 공장, 도시 등 각종 인간들이 만든 시설로 인해 점점 거주지가 좁아지면서 삶의 공간을 잃고 있다.
네이처 제공

연구팀에 따르면 야생 동물의 도심 출현의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사람’이다.


사실 이번 연구 이전에도 많은 과학자들은 급속한 기술 발전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기후 변화 때문에 지구 환경이 급속히 변하고 있으며 사람이 이런 변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인류가 환경 변화의 주요 변수가 됐기 때문에 현대를 ‘인류세(世)’로 정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12개국 28개 연구기관과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국제보전기구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도 ‘인간’ 때문에 야생에 있는 고릴라, 침팬지, 보노보, 원숭이 등 영장류 300여 종이 멸종 위기에 있다는 연구 결과를 자연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에 발표했다. 2015년 과학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200년쯤 되면 양서류의 41%, 조류의 13%, 포유류의 25%가 멸종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으며 일부 학자들은 사람을 포함한 지구 생물의 75%가 사라지는 ‘6번째 대멸종’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국제 공동연구팀은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동물의 활동 공간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와 임팔라, 개코원숭이, 토끼, 멧돼지 등 57종 803마리의 포유류에게 위성추적장치(GPS)를 부착해 두 달 동안 이동거리와 장소 등을 추적 분석했다. 동물의 활동 영역은 생존은 물론 서로 다른 동물들 간 영향, 생태계와의 관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연구팀은 동물들의 활동 공간이 인간의 거주 영역과 3분의1에서 최대 2분의1까지 겹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회색곰이나 표범, 코끼리처럼 몸집이 큰 동물들일수록 활동 영역이 넓은데 인간들이 도시화와 벌목 등으로 서식지를 쪼개고 비좁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야생동물들은 좁아터진 생활영역에서 먹이 구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자신들이 살았던 서식지 영역이라는 기억 때문에 사람들의 거주지까지 내려와 어슬렁거리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런 활동 공간의 축소는 단순히 동물 생존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씨앗이 동물 몸에 붙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식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동물의 이동거리 축소가 전체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야생 동물이 인간 거주지로 내려오는 것을 막겠다고 무조건 사살하거나 개체수를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야생 동물들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마리 터커 독일 괴테대 생물학 박사는 “사람은 타인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못 참으면서 동물들의 생활공간을 침범하는 데 대한 고민은 전혀 없다”며 “야생동물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종의 다양성 감소로 인한 생태계의 혼란을 가져와 궁극적으로는 인류 생존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8-01-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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