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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원숭이 가스 실험 사실…용서 구한다”

폭스바겐 “원숭이 가스 실험 사실…용서 구한다”

김규환 기자
입력 2018-01-28 22:14
업데이트 2018-01-28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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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 조작’ 이어 또 논란

2014년 美에 디젤차 수출 목적
10마리 가둬 놓고 가스 맡게 해
실험 당시 조작 장치 단 車 사용
배출가스 검사 조작으로 이어져


‘배출가스 조작 사기극’을 벌인 독일 폭스바겐이 원숭이들을 가둬 놓고 배출가스를 맡게 하는 동물실험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폭스바겐의 주도로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진행된 디젤 자동차 배출가스 관련 실험에 원숭이 10마리가 동원돼 충격을 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26일(현지시간) 폭로했다. 미국에서 폭스바겐을 상대로 제기된 집단 소송 과정에서 밝혀졌다.

NYT에 따르면 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시에 있는 러브레이스연구소(LRRI)는 2014년 폭스바겐 비틀의 최신 디젤 모델과 1999년형 포드 디젤 픽업 트럭의 배출가스 비교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은 자동차가 롤러 위를 주행하면서 배출하는 가스를 원숭이들이 있는 기밀실로 들여보내도록 고안된 장치를 통해 진행됐다. 흡입 실험이 진행되는 하루 4시간씩 원숭이들이 소란을 피우지 않도록 기밀실에는 텔레비전을 통해 만화 영화가 상영됐다. 실험 목적은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양이 줄어들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걸 입증하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유럽보다 배출가스양을 더 엄격하게 제한한 미국에 디젤 차량을 판매할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

이 실험을 의뢰한 곳은 폭스바겐과 다임러, BMW 등 독일 자동차 업체들과 부품 업체인 보쉬가 자금을 지원한 ‘유럽 운송 분야 환경보건연구그룹’(EUGT)이지만 실험을 실제 주도한 곳은 폭스바겐이라고 NYT가 전했다. EUGT는 독일 자동차업계의 요구사항을 받아 연구소나 학자 등에게 연구를 위탁하는 역할을 해 왔다. 더욱이 실험 장비를 고안하는 과정 역시 폭스바겐의 감독 아래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당시 실험 차량에 이미 배출가스 조작 장치가 달려 있어 측정치보다 더 많은 양의 매연이 배출됐지만 LRRI 연구진은 이를 모른 채 실험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LRRI의 실험 결과나 원숭이들이 그 뒤 어떻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폭스바겐은 2015년 이 같은 소프트웨어를 차량에 설치해 배출가스 검사를 속인 사실이 밝혀져 260억 달러(약 27조 7000억원) 이상을 벌금으로 물었다. NYT는 해당 연구 책임자가 의뢰인인 EUGT에 수차례 이메일을 보내 연구 방식에 결함이 있음을 밝혔지만 조작 소프트웨어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연구 책임자는 해당 실험이 조작됐음을 최근에야 깨달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파문이 일자 폭스바겐은 27일 성명을 내고 “잘못된 행동과 일부 개인들의 부족한 판단력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당시의 실험 방법이 잘못됐음을 인정한다”며 “애초에 그런 실험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밝혔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폭스바겐은 이어 “모든 형태의 동물 학대에 대해 반대한다”며 “이런 나쁜 행동과 일부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실험을 의뢰한 EUGT에 자본을 댄 다임러, BMW 측은 “EUGT에 의해 위임된 모든 연구는 유명 과학자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감수하에 진행됐다”며 “폭스바겐이 원숭이를 실험에 동원하고 조작된 결과가 나오도록 설정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2018-01-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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