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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은행 무리한 ‘앱팔이’… 가입자 90%가 허수

[단독] 은행 무리한 ‘앱팔이’… 가입자 90%가 허수

최선을 기자
입력 2018-01-25 22:40
업데이트 2018-01-2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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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멤버십 앱 이용율 13%뿐

직원 추천 가입률 월등히 높아
개발·홍보비로 수백억원 낭비
서비스보다 몸집 불리기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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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후 금융지주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통합 멤버십 애플리케이션(앱)의 실제 이용률이 10% 초반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원들이 ‘앱팔이’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을 받으며 고객 유치 전쟁을 벌였지만 가입자 10명 중 9명은 ‘허수 고객’으로 남은 셈이다. 대신 수백억원의 개발비용은 고스란히 고객들이 떠안았다. 금융사들이 시대착오적인 ‘몸집 불리기’에만 집착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서울신문이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하나금융 ‘하나멤버스’, 신한금융 ‘신한 판(FAN)클럽’, 우리은행 ‘위비멤버스’, KB금융 ‘리브메이트’ 앱의 지난해 9~11월 월평균 방문자 수는 가입자(2675만명) 대비 13.5%(362만명)에 그쳤다. 나머지 86.5%인 2313만여명은 앱을 내려받기만 한 뒤 실제로 사용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나멤버스의 가입자는 1108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용률은 12.8%에 그쳐 3위를 기록했다. 가입자는 신한 721만명, 우리 573만명, KB 274만명 등의 순이었다. 이용률은 우리가 19.2%로 선두였고 KB는 17.7%였다. 이용률 최하위는 신한(8.5%)이었다.

저조한 이용률은 자발적으로 가입한 회원들이 적은 탓이다. 하나의 경우 직원 추천을 통해 가입한 사람이 945만명으로 전체의 85.3%에 달했다. 스스로 앱을 다운받은 고객은 163만명에 그쳤다. 직원 추천으로 가입한 비율은 신한과 우리가 각각 68.5%, 67.9%로 높았고 KB가 51.0%로 가장 낮았다.

금융지주의 통합 멤버십은 은행, 카드, 보험, 증권 등 계열사 포인트를 한데 모아 관리하고 온·오프라인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2015년 10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당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처음 선보인 야심작이다.

이후 다른 금융지주들도 같은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며 가입자 수 늘리기에 돌입했다. 하나금융은 출시 초반 은행원 1인당 수백명에 달하는 할당량을 내렸다. 한동안 하나금융 직원들은 지인, 고객 등을 넘어 ‘사돈의 팔촌’에게까지 “앱 하나만 깔아 달라”고 매달려야 했다.

앱 개발 비용은 하나가 20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가 79억원, 신한과 KB가 59억원씩 들였다. 후발주자인 KB는 광고홍보비와 마케팅 비용을 합쳐 165억원을 썼지만 가입자 수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고객이 실제로 쓰지도 않는 앱 개발과 홍보를 위해 수백억원의 비용만 낭비한 셈이다.

포인트 사용도 활성화되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 하나멤버스에서 총 176억 포인트가 결제, 현금 전환 등으로 쓰였고 분기 말 남은 포인트는 470억 포인트가 넘었다. 같은 기간 위비멤버스에서는 170억 포인트가 사용됐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금융사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영업점 중심으로 가입자 확보에만 치중하는 ‘옛날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고객 맞춤 서비스로 승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8-01-2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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