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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추웠던 날… 또 죽음의 외주

가장 추웠던 날… 또 죽음의 외주

김상화 기자
김상화 기자
입력 2018-01-25 23:00
업데이트 2018-01-2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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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근로자 4명 사망

25m 냉각탑 크레인으로 출입
내장재 교체 작업 중 질소 중독
“안전검사 안했거나 가스 누출”
경찰, 포스코·외주사 관계자 조사

포항제철소에서 일하던 근로자 4명이 질소가스에 질식해 모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악몽이 채 가시지도 않은 가운데 일어난 사고여서 참담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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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질소가스 질식으로 인해 포스코 외주업체 TCC 한진 소속 직원 4명이 사망한 경북 포항 남구 포항제철소 안 산소공장의 모습. 포항 연합뉴스
25일 질소가스 질식으로 인해 포스코 외주업체 TCC 한진 소속 직원 4명이 사망한 경북 포항 남구 포항제철소 안 산소공장의 모습.
포항 연합뉴스
25일 경북소방본부와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4분쯤 경북 포항시 남구 괴동동 포항제철소 안 산소공장에서 포스코 외주업체인 직원 4명이 질소 가스에 질식해 포항시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다.

사망자는 주동욱(26)씨, 안현호(31)씨, 이준호(47)씨, 이상정(60)씨로 모두 남성이다. 이들은 세명기독병원·성모병원·포항선린병원 등에 안치됐다.

사고는 포항제철소 내 고로에 산소를 공급하는 공장에서 발생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산소공장 안에 있는 냉각탑의 충전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질소가스를 마셔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씨 등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충전재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 이들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작업한 뒤 약 30분간 휴식을 취했다. 작업을 위해 오후 3시 30분쯤 냉각탑 내부에 다시 진입한 노동자들이 질소가스를 들이마시고 쓰러졌을 것으로 경찰 등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작업 시작 후 움직임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같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하청업체 관계자는 “충전재 교체 작업을 위해 작업자들은 냉각탑 밖에서 가스 밸브를 잠그고 안전검사를 한 뒤 내부로 진입하게 된다”면서 “노동자들이 작업 전 안전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거나 냉각탑 안에서 가스가 새어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숨진 노동자들은 제철·발전설비 등 포항제철소 내 핵심 설비를 정비하거나 공사·시운전하는 전문 기계정비회사인 ‘TCC한진’ 소속이다. 1975년부터 포스코 하청업체로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22일부터는 산소공장 내부 설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정기 대수리 기간’을 맞아 직원 290여명이 일하고 있다. 산소공장 냉각탑 충전재 교제 작업 중 사고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TCC한진 측은 전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제철소 관계자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와 안전규정 준수 여부, 문제점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TCC한진과 상황대책반을 구성하고 숨진 노동자들의 장례 절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포항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2018-01-2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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